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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어느날
산골짜기 고등학교 교실 한켠에서
목줄기가 빨갛게 달아오르시면서
말씀하시던 고전문학 여선생님

폭력의 불꽃들이
광주의 거리를 덮을 때
자신은 장독대 위에서 지켜보았다고
여인들의 유방이 전봇대에 걸려있었다고
볼 수 없는 눈물을 삼키던 모습

성함도 기억 못하는
어리석은 제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심어주고 전해주려는 사랑이 남아
마음의 쟁기되어 오늘도 밭을 간다
묵은 가슴의 땅을 갈아 엎는다

감추어지고 가려진 광주의 오월
시외버스 50분거리에 떨어진
순창 산골짜기 촌놈은
뱀 잡으로 개구리 잡으로 뛰어다니던 오월
아무리 기억해 내려해도 그 해 광주의 오월은
촌놈에겐 기억이 없다

십년이 지나고야
장독대 위에서 그 거리를 지켜보았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광주의 오월을 알았다

그래도
타오르지 않고 꺼질 것 같은 오월 광주 희망의 불
빛이 없는
권력의 어두운 불이
역사와 삶을 태우고 있었기에 그런갑다
내 사상의 강간을 당했다고 말하지만
왠지 어리석은 역사의 눈먼자는 부끄럽기만 하다

젊은 여선생님의
사랑과 마음은 묵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랐다
눈물로 뿌리를 적시고
잎이 올랐다

오늘의 오월
어두운 불은 날뛰고
사랑은 식을 것 같고
희망은 사라질 것 같아 보이지만
결코 식을 수 없고 사라질 수 없는
사랑과 희망이 있음을 안다

종교가 권력이 아무리 두꺼운 벽을 치고
불꽃을 감추려 해도
희망의 불꽃은 어두운 불을 밟고 일어서고
타오르리라는 것을 안다

나무들이 하나하나 모여
불꽃을 만들어
광주의 오월에 희망의 불을 토해 냈듯이
오늘 사랑과 희망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폭력으로 타오르는 어두운 불을
부활의 불, 희망의 불을 만들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야
목줄기 빨갛게 변하시며
말씀하시던 여선생님의 사랑과 희망을 안다

내 안에 꺼지지 않은
작은 삶의 불꽃이 사랑과 희망이라는 것을 안다

성문밖의 장작들이
모이고 모여 동산을 이루고
태산을 이루어
민족을 밝히고 세계를 밝힐 것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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