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9 10:52

무서운 녀석들???

조회 수 2617 추천 수 0 댓글 0
Atachment
첨부파일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이번 주일 옥상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자리 잡은 검은 깃털의 꼬순이(아이들이 지어준 이름)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 같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고추를 따고 계신 장집사님과 꼬순이를 보며
염려하면서 대책으로 늦게 옥상에 들어 온 녀석들과
격리 시키기로 했습니다.

날개를 잡으니 힘없이 잡히는 것이 영 불안했습니다.
일단 격리된 꼬순이에게 모이와 물을 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마당으로 내려왔다 혹시 모를 공격을 막기 위해
격리된 꼬순이의 울타리 지붕을 덮어 주려 포대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순간
"헉"
두 다리를 힘 없이 쭉 펴고 늘어져 있는 꼬순이.
넣어준 사료를 허겁지겁 먹은 흔적이...
꼬순이 부리에 묻어난 사료 자국...
분명 아사직전의 꼬순이는 먹이를 너무 급하게 먹으며 급사하지 않았나하는
추측과 함께 조심스레 꼬순이의 호흡없는 몸을 들고 내려갔습니다.

짧은 기간 꼬순이에게 정준 장집사님은 안타까워 어쩔줄 모르고...
은행나무 옆 화단에 꼬순이의 무덤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장집사님과 화단을 적당히 파고...
짧은 생을 살다 성문밖과 인연 맺은
꼬순이는 그렇게 이별했습니다.

두 마리 신참들의 음식에 대한 거센 집착이 만들어낸 비극이었습니다.
옥상이 비교적 넓어 그리 염려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닭들의 조화롭지 못한 삶이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일 겁니다.
먹이는 작은 닭 세 마리가 먹기에 충분하였지만
두 마리(육계종)의 폭력은 깃털 색이 다른 닭이 아사할 정도까지 계속 되었던 것입니다.

무서운 녀석들.
오늘 아침 옥상에 올라가 두 마리녀석에게 먹이는 주며 드는 생각입니다.
우리 인생사에도 혹시 무서운 녀석들이.....
피둥피둥 살찌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혹시 무서운 녀석들 사이에서
굶주린 인생들이 힘겨워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입니다.
분명 있는데 단지 외면하고 있을 뿐....

함께 잘 살자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금 덜 먹고 덜 입고 ...
서로 기대어 의지하고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인데
자신의 욕심따라 살다보면 함께 죽는 세상인데...

태풍 카눈은 우리의 삶을 훑으며 지나가고
무서운 녀석들의 욕심도 가져가 버렸으면 합니다.
그래서 한 숨 자고 나면 새로운 사람되어 함께 잘 살기를
추구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래봅니다.

무서운 녀석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용감한 녀석들의 화끈한 외침 한 번 기다려 봅니다.

"꼬끼~~오~~~옥"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6 닭의 생명을 추모하며 file 고성기 2013.02.23 2620
595 책을 읽으며 3 파란바람 2010.08.04 2620
594 추석이 지나고 쑥 자란 배추 file 고성기 2011.09.15 2618
» 무서운 녀석들??? file 고성기 2012.07.19 2617
592 안녕하세요^^ 2 란신 2008.07.25 2609
591 청소년부 연합 수련회 현수막 file 윤은주 2009.07.29 2608
590 오늘 오후 4시 쇠고기 협상 고시가 된다는군요. 4 산희아빠 2008.05.29 2605
589 대머리 별곡 5 고양댁 2008.05.01 2597
588 이런저런 1 한산석 2012.07.15 2593
587 강원도 홍천 모둘자리 관광노원 2 file 유영기 2010.07.01 2576
586 ^^ 4 다정이 2008.06.23 2576
585 아직은 서울시민이었네~~ 2 똥글이 2008.07.26 2571
584 토끼에 대한 기억 1. file 고성기 2011.01.13 2567
583 덥다. file 고성기 2012.08.01 2566
582 내가 겪은 5.18 5 송효순 2008.05.15 2565
Board Pagination ‹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61 Next ›
/ 6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