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아두었던 편지를 꺼내 보았습니다.
1887년 조지송 목사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나의 보물중 하나이지요.
송효순 귀하
선봉에 서지는 못했을 망정
꼴찌에서나마 보람을 찾으며 일해온
이십여년의 세월을 과거로 접어 둔 채
아픈 나날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 사람을 기억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정 가슴에 간직하고
부족한 시 한줄을 적어보냅니다.
새벽
어두움이 먹물처럼 드리운 밤
새벽을 보며 이 밤을 걷는다.
천년을 두고 기다려도
기다림은 오지 않는 것
오히려 너와 내가 기다림에로 가자
한 알의 씨앗을 심고
백배의 열매를 거두는 농부의 땀으로
새벽을 보며 이 밤을 걷는다.
1986년 가을 밤
옥화리에서
보물이라면 아무래도 우리 눈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련하게, 책갈피에 꽃아둔 나뭇잎처럼,
여러번 이사를 해도, 제일 먼저 챙겨 두고 싶은 것.
근데, 내 집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딱히 소중한 게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정했습니다. 강아지 두 마리
아무리 맘을 모질게 먹어도 요 두놈은 제일 먼저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