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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우리 성문밖교회 유일한 20대 김은선 선생님이 결혼을 했습니다. 과분하게도 저는 주례를 맡았습니다. 결혼하는 두 사람에게 별로 해줄 만한 삶의 지혜가 제게 없다는 생각에 부담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부족한 저에게 주례를 부탁해 준 것이 너무 고마워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주례를 맡고 이리 저리 생각하다가 생각나는 두 권 의 책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는데, 그 책 속에서도 "계수님의 하소연"이란 글이었습니다. 그 글 속에 등장하는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누군가 물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 사람과 결혼하려고 하나요?" 그러자 그 여성의 대답이 이러했습니다. "그와 함께 라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죠." 결혼의 목적은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 이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 그 외의 다른 목적은 이 시대의 우상일 뿐이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참 라디칼한 주장이지요?
다른 한 권의 책은 독일계 미국인 정신분석학자이며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제목만 읽으면, 아마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사랑 받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책을 요약하면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사랑은 적당한 상대를 만나면 누구나 자연스레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랑의 관건은 바로 그 '적당한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상대에게 요구합니다. '내가 사랑할 만한 '그 적당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그러면 내가 자연스레 너를 사랑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감상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주체의 문제)라는 겁니다. 또한 사랑은 성숙한 존재로부터 나오는 인격적 능력일 뿐, 적당한 조건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올라오는 감상이 아니라고 에리히 프롬은 말합니다. 바로 이런 사랑에 대한 오해 때문에 모든 사람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매우 적은 사람만 사랑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라고 에리히 프롬은 말합니다.
결혼식에서 저는 그 두 가지를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째, 결혼은 상대와 더불어 더 좋은 사람, 더 성숙한 인격이 되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 시대의 우상일 겁니다. 둘째, 두 사람의 결혼이 사랑으로 열매맺길 바란다면, 먼저 각자 자신의 인격을 성숙시키려는 노력에 매진해야 합니다. 성숙한 한 인간이 되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보편적 이웃사랑이나 보편적 사회정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은 개인적인 사랑에도 성공할 수 없다는 에리히 프롬의 주장도 덧붙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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