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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과 주일에 걸쳐 성문밖교회 전교인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주제는 ", 그대"였습니다.

 

수련회 주제에 맞추어 우리는 하늘의 별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순간의 어둠도 허용해 주지 않는 도시의 인위적인 조명 아래서 인간은 24시간 생산과 소비, 그를 위한 인위적 각성만을 강요받습니다. 이런 도시 환경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별들로 빼곡한 광막한 하늘과 마주해 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간 양평의 다대리는 밤 10시가 되자 고맙게도 태곳적 어둠의 근사치를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인위적 조명이 사라진 자리에 내려앉은 어둠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으나 인위적인 조명들에게 가려져 있던 세계를 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수 천 년 간 인류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던 북극성, 또한 베가와 알타이르로 명명된, 그러나 우리에게는 직녀와 견우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두 별들과, 그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수없는 별무리로 이루어진 은하수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한에 가까운 숫자의 별들로 구성된 밤하늘을 바라보며 열리는 세계는 단지 물리적 우주에 관한 인식만은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인위적 조명이란 비늘이 떨어진 우리의 시선을 압도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광막하고 무한한 우주 앞에서 우리는 우리들 인간 자신의 피조성과 유한성에 관한 너무나도 엄연한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인간 자신의 피조성과 그로 인한 운명적 유한성을 인식하는 순간은 인간이 왜소해지는 순간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이야말로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가운데 설정된 거짓된 자아상과 그것이 빚어내는 번뇌 그리고 아수라의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곧 초월의 순간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순간의 어둠도 허용하지 않는 도시의 인위적 조명은 인간에게 혜택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때로 별들의 숫자만큼이나 무한히 다양한 우리의 존재와 삶의 양식을 몇 개의 특정한 것들에게만 집중토록 강요하는 최면술사의 손에서 흔들리는 펜던트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부디 이번 수련회에서 잠시 맛본 태곳적 어둠이 우리를 과대 포장된 우리 자신에 대한 인위적 각성을 넘어 참된 각성으로, 진실의 세계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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