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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도문은 이번 주 목요일 화재 현장에서 추모기도회때
낭독했던 기도문입니다.

주님!
이곳에서 아침 햇살이 채 비추이기도 전에 진압작전에 포위되었을 사람들,
몇 분간의 설득조차 없이 거대한 기중기로 다가오는 경찰의 포위망에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을 사람들, 그리고 순식간에 생명을 잃어버린 철거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고 공포스럽습니다.

그저, 제 할 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인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을 쫓아내고
다치게 하고 죽이는 일들이 자꾸 벌어진단 말입니까?
주님, 당신의 이름으로 섬김의 정치를 하겠단 장로대통령이
왜 이렇게 무지막지하고 살벌하단 말입니까?
일사천리로 한 도시를 죽음 속으로 몰아넣으면
장기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80년 5월의 어두운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일입니까?
어제도 대구의 한 학교에서는 인권을 가르쳤단 이유로 교사 두사람을
파면하였다고 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을 통제하고, 언론을 통제하여 개발과 성장위주의
사회로 판을 바꾸어가려는 자들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주님, 사납게 뛰노는 이 미친 광풍을 잠잠케 하여주시옵소서.
주님, 이 사나운 폭압과 폭력의 악령을 군대귀신을 쳐넣듯, 바다 속으로
쳐 넣어 주시옵소서.

이 땅의 수많은 양심들이 피를 쏟고, 눈물로 씨를 뿌려 일궈낸 민주주의의 열매가 채 꽃피우기도 전에 꺽여 나가는 이 현실에서
하나님, 참 나약하고 소심한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당신의 나라가 후퇴하지 않도록 두 눈을 뜨고
교회가 깨어서 기도하게 하시고 예언자적인 각성이 있게 하시옵소서.
우리의 마음과 마주잡은 손을 단단하게 붙들어주시옵소서.

주님!
차가운 겨울 아침,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어이없이 이 곳에서
죽어간 생명들을 영원한 당신의 나라에서 안식하도록 이끄소서.
죽음으로 죽음을 이겨내신 예수님,
오늘 이 고통이, 이 땅의 어둠과 죄악을 멸하기 위해 주어진 고통이라면,
이 대속의 고통을
저희들이 헛되이 저버리지 않도록 인도하소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온 국민이 함께 위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시옵서.
이 땅에 참된 당신의 나라가 오기까지 오늘도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비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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