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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 휴가를 배움의 기회로 삼아서
여주에서 열리는 '회복적 사법정의' 워크숍에 참여했더랬어요.
우리가 교육받는 그 시기에 순례단이 여주일대를 순례한다고해서
어떻게 참여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중...
여주 환경련 집행위원장이 갈등해결센터 회원이기도 해서 워크숍 둘째날 밤에
의논을 했지요. 센터소장님도 함께요.
모든 참가생들이 가기엔 교육 일정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지원자 몇 명만 가기로 했어요.

다음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조영희 대표님, 여혜숙 선생님, 저 이렇게 셋이
여주읍으로 갔지요.
함께 교육을 받던 여주환경련 사무국장이 도보순례단이 있는 곳에 저희를
내려주었어요.
멀리서 팔랑이는 깃발과 긴 행렬을 보고서 내렸지요.
벌써 며칠 째던가요...
가물거리는 기억으론 2월4일 쯤 강화도에서 출발의식을 했던 때로부터
3주나 되는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행렬의 맨 뒷쪽으로 가서 걸어가는데
이 역사적인 행동에 동참할 수 있음에 잠시 가슴이 꽉 차오르는 느낌과 동시에 울컥 치솟는 감정이 스치더군요...
일요일이어서인지 엄마와 함께 나온 초등학생들이 꽤 있더군요.
대부분이 여주에서 사는 학생들이었어요.
회색빛 수녀복이 단아한 걸음을 함께 할 때마다
가슴이 또 울려왔지요.
100일 동안을 걸으면서 침묵으로 호소하려하니
빠르게 걸을 수는 없었나보지요.
걷다보니 저는 어느새 행렬의 맨 앞쪽이 되어버렸더군요.
영릉이 있는 산 등성이를 타고 넘었어요.
내려와서 잠시 숨을 돌리는데
이필완 목사님이 그러십니다.
여주일정은 정말 재미나다고요.
아침엔 남한강을 건너느라 양말까지 벗었다구요.
이틀 전에 비가 내렸고 바람까지 불어 꽤 차가워진 날이었는데...
게다가 산까지 타고 넘으니 걷는 재미가 쏠쏠하셨다해요.
새로이 참가하게 된 사람들의 인사시간을 잠시 주시더군요.
수녀님 한분, 신륵사 스님 두 분과 신도들,
평화여성회 회원인 우리 셋...
대표격인 사람들의 인삿말이 있었지요.
하나같이 엠비 운하 저지에 힘을 쏟고, 보태려 한다는 이 긴여정에
잠시만 참여하게 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구요.
이현주 목사님은 세상이 어찌될려고 그러나싶어
되는대로 그냥 두고 보자, 어디까지 하나보자 싶은 맘도 들었다고 하시면서
기도란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산신령, 석가모니 부처, 예수 그리스도...등등을 외치면서 기도한다고 했어요.
걷는 동안 내내 그렇게 외치면서
생명파괴적이 대운하를 저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셨다네요.
연로하신 종교인들은 무척 많이 피곤해보였어요.
얼마전 산선에서 뵈었던 목사님과 스님들도 뵈었지요.
김민해 목사님은 저를 얼른 알아봐주서 무척 반가웠어요.
실상사주지스님이신 연관스님은 한쪽 무릎에 천을 동여매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걸어야 하는 날이 무척이나 많은데...

골프장이 들어선 여주...
골프장에 심을 잔디를 심어 둔 곳도 보았지요.
농약을 펑펑 뿌리면서 키운 잔디는 무척이나 폭신거린다고 하더군요.
여주환경련 집행위원장님의 설명을 듣고
다시 걸었지요.
남한강 주변 도로...
수많은 오리떼들이 곳곳에서 남한강을 지키며 살고 있었어요.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또 울컥 했어요.
성장과 경제논리에 밀려 파괴되는 자연은 얼마나였는지.
또 얼마나 더 진행될 것인지...
그 정점에 서 있는 대운하는 정말 착공되고 말것인지...
이렇듯 낮은 목소리의 처연한 걸음이 어떤 공명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되겠지요. 되어야겠지요.
인간의 욕심이 불러다 주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막을 수 있겠지요...

여주 읍내로 진입,
여주 풍물패가 길목에서 우리를 기다렸지요.
여주 시민들의 박수가 이어지는데 그 박수를 받기가 많이 민망했어요.
많이 걸어야 두 시간...
거리로 치자면 얼마 되지도 않는 것에 잠시 스쳐간 우리가 받기엔
너무 무색했던게지요.
집회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신륵사로 돌아와서
서울 갈 일행들과 합류하러 돌와왔어요.
택시 안 기사님이 그러네요.
땅 가진 외지인 몇이 배불리자고
많은 시민들을 수몰당하게 하냐고...
홍수가 나면 여주대교가 잠기곤 했는데 이제 운하를 만들기 위해
바닥을 판다하더라도 여주시는 안전하지 않다고 하면서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던진 표가 어찌 대운하 찬성이 되느냐고 그랬어요.

신륵사로 돌아오니 아직 프로그램은 다 끝나지 않았고,
마지막 평가에 참여하고 짐을 정리하다보니
신륵사로 도보순례단이 하나 둘씩 들어오네요.
오늘은 여기서 묵을 거라 했지요.
먼 길, 의로운 길을 걸으시는 분들의 쉬는 시간을 편안하게 하려
서둘러 서울로 향했지요...

여혜숙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한강걷기모임을 이걸로 대체하고
후기를 서로살림에 올리라구요.
그러면 또 퍼 가실거래요...ㅋㅋ

지역마다 가는 곳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긴 행렬을 이루어
침묵의 도보순례가 운하를 저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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