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희영언니가 장례절차를 모두 마치고 편안히 이 곳의 삶을 마감했습니다. 분명히 천국에 올라 주님 품에 안겨서 쉬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성과 사랑으로 우리를 보살펴주시고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실 아직도 언니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렵습니다. 실감도 나지 않을뿐더러 여전히 병원에 가면 언니가 누워있을것 같아서 정리하는 것이 정말로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 저는 출근을 했는데 사무실 동료들도 별로 저에게 일하라는 강요는 안하네요..허허...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방황중입니다.
목사님의 지난주 설교문 파일을 다운받아서 읽어보았는데 그동안 잠시 멈춰있었던 눈물이 자꾸 흐르네요.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돌이켜보니 우리가 지난 가을 성문밖에 왔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희영언니가 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고로와야하고 몸이 결코 편안치 않기에 폐가 될까 마음이 무거웠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럼없이 교회에 오고 여러 분들에게 기꺼이 매달릴 수 있었던 까닭은 아마 우리가 이곳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 같습니다.
지난 주일 한나절을 언니가 늘 있었던 사랑3방에 누워서 이것저것을 정리했습니다. 언니가 덮었던 이불과 요,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이야기와 심지어 소변을 해결했던 기억까지 고통스럽지 않을까 두려웠었는데 생각보다 저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언니가 이곳에 없지만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난 언니가 저를 따듯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다지 외롭지도 않았습니다.
힘겹게 오르내리던 계단도 어두컴컴한 복도도 깔고누웠던 요가매트도 앉은뱅이 의자도 모두 언니의 흔적이지만 그것을 보는데 담담하리만치 편안하고 언니가 곳곳에서 웃음짓고 있는것 같아서 이질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받아들이고 기도하면서 죽음이 끝이 아님을 깨달을 준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언니가 생일날 입관을 하게 되었을 때, 저는 진심으로 언니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음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제 생에서 다시는 언니의 얼굴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음에 너무나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다시 태어남을 축하하고 축복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언니가 하지 못하고 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해외에 꼭 한번 나가보고 싶어했고, 원래 약한 몸이었기에 남부럽지 않게 싸돌아다니며 수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어했습니다. 누구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자 했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했습니다.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이제 조금씩 접어두려고 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없고
이것이 진짜 끝이 아니므로 그렇게 허무할 필요도 없습니다.
희영언니가 저에게 남긴 선물이 너무나 값집니다.
어려움을 겪으며, 앞으로 좀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하나님을 만나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문밖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지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오히려 마음은 더 여유로와졌습니다.
우리를 이 곳으로 보내주신 하나님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욱 사랑하고 봉사하고 끈끈하게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