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를 전합니다.
이곳은 점점 더워지고 있다가 요즘 밤마다 내리는 비로 인해 더위가 약간은 주춤합니다. 원래 4월이면 기본 40도 정도를 육박하는 기온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상기후로 인하여 밤마다 비가 내리는 바람에 4월의 제대로 된 더위를 아직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물론 덥지요! 기본 30도는 웃도는 기온이니까요! 낮에는 아직 확인은 안해봤지만 35도는 훌쩍 넘길 것이 분명하지요!
암튼 이 더위 속에서도 우리 부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더위로 인하여 오후가 되면 머리가 약간 띵하게 아픈데 우리만 경험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여기 있는 분들도 다 같은 증상을 호소하더군요! 제가 30대 초반에 여기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제 몸도 10년동안 많이 변했나봅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더위에는 강한 편인 것 같긴 합니다.
요즘 캄보디아 신문 지상에 매일 오르는 기사로는 크메르루즈 전범재판 문제와 프놈펜 시내의 개발로 인한 철거문제입니다. 크메르루즈 전범재판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상세히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해서 정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작년부터 시작해서 벙꺽이라는 호수를 프놈펜 시가 개발하려고 캄보디아 상원의원이 경영하는 재벌회사에 90년 임대로 호수 매립과 개발을 일임하였습니다. 그런데 호수를 매웠을 경우의 환경영향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로 지금 호수 매립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호주의 한 도시환경공학자의 계산에 의하면 호수 북부에 있는 루세께오(Russe Keo)지역은 호수 매립으로 인하여 우기에 평소에 비해 40cm이상 물에 잠길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는데, 프놈펜 시는 그 보고서에 대해서 정면으로 비판하며, 자신들이 의뢰한 환경영향평가 기관의 보고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런데 환경단체에 의하면 그 보고서에서 사용한 영향평가 방법이나 계산법 등이 전혀 명시가 되어 있지 않아 신뢰성에 문제가 많은 보고서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12월과 1월까지 호수 북부 지역은 우기가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물이 차 있어서 학교가 휴교를 하는 등 침수로 인한 문제가 유례없이 일어났는데도 프놈펜 시는 호수 매립으로 인한 것이란 주장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현재 벙꺽 호수 개발 외에도, 강변의 데이끄라홈 마을에 대한 강제 철거(경찰력과 용역인력이 대거 투입된 폭력적인 철거)가 마무리 되었고, 릭리어이 마을에 대한 협상(협박)이 진행 중입니다. 그 외에도 제가 아는 건만해도 2건이 더 진행되고 있는데, 한 건에 대해서는 지난 주에 주민대표와의 협상을 마쳤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마을들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시넹이라는 활동가가 동료들과 함께 주민들을 조직하고, 법률 지원이나 홍보 등을 통하여 주민들을 돕고 있고, 그 외에도 다른 단체들이 관여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넹이라는 활동가는 한국의 주민운동정보센터(Konet)에서 주민조직운동을 받고 여기에서도 그 방법론을 적용해보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어떻게 함께 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음 주 중으로 한 번 더 만나볼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보건의료노조에서 활동했던 분을 언어공부 중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보건의료노조 활동 이후 이주노동자 인권과 관련한 평화인권센터(부산에 본부가 있답니다)에서 일했던 분인데 우연히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다음 주에 벙꺽 활동과 관련하여 시넹 씨와 같이 만나서 현장방문할 기회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이분은 집을 구할 때 벙꺽 쪽에 집을 얻어서 하숙을 하신다고 합니다. 저랑 비슷한 나이에 싱글이신 것 같은데, 매우 강단져 보였습니다. 아마 앞으로 빈민활동을 하게 되면 같이 도움주고 받을 일들이 생길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산업선교에 대한 필요성도 보고 있습니다.
얼마전 신문에 노동자들이 월급을 타는 날을 기점으로 한 일주일동안 술먹고 싸우다 상해를 입는 사건들이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밤늦게까지 큰 소리로 떠들고 놀다가 충돌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런 지역에서 신협과 같은 조직활동을 통한 산업선교가 시작된다면 좋지 않을까하는 꿈을 가져 보았습니다. 아직 누군가를 만나서 마음 깊은 그런 이야기까지 할 실력이 아니라서 먼저 주변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함께 일할 수 있을 부분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좋은 사람들은 많은 것 같은데, 정작 함께 일할만한 캄보디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중요한데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얼마 전에 장염으로 병원신세를 졌습니다. 급성 장염으로 밤중에 고열이 나서 한 잠도 자지 못하고, 계속 설사를 해대는 바람에 그 다음날 언어공부도 못하고 병원에서 난생 처음으로 링거라는 것을 맞아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원래 장이 좀 약하긴 해서 자주 설사를 하는 편인데,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어공부는 이제 1단계를 마치고 2단계를 들어가야 하는데, 2단계는 주로 1단계에서 배운 문법에 대한 말하기와 듣기 실습이 많은데, 저는 지난 번에 살면서 그런 실습을 충분히 했다는 판단으로 저는 그냥 3단계로 건너뛰어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내는 크메르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2단계 수업을 듣는데, 오후 4시에 수업을 해야 해서 더운 오후의 수업이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실내 기온이 35도를 왔다갔다하는 4월에 수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에도 KBS World라는 채널이 나옵니다. 아마 KBS가 해외동포들을 위해서 송출하는 방송인가 봅니다. 거기 9시가 여기 7시인데, 9시 뉴스를 7시에 볼 수 있습니다. 뉴스가 우습더군요. 일주일은 WBC야구 기사로 도배... 다음 일주일은 김연아로 도배... 그 나머지 기사들은 장자연 사건... 다음 기사는 이명박 동정... 경제기사나 정치기사,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를 보기 힘든 뉴스 속에서도 정부의 언론조작과 여론조작을 어렵지 않게 간파하겠더군요! 암튼 한국에 계신 분들이 마음으로는 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에 계신 분들도 힘내서 암울한 시기를 잘 이겨나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시며, 기도해주시는 것 잊지 않고 여기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욱
캄보디아 프놈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