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은혜 가운데 모두 편안히 잘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와 아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아내가 너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모두 한국에서 기억하고, 염려하며, 기도하시는 분들 덕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언어 공부 외에 아직은 특별히 주어진 일들이 없기 때문에 선교사님들 중에서 모범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만나서 조언도 듣고, 캄보디아의 선교단체들이나 구호단체들을 찾아가서 캄보디아의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듣는 등 사람들을 만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수도 프놈펜에서는 개발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토지법이 부실하고, 오랜 내전으로 아직 등기가 되지 않은 땅들이 많아 소유권과 관련한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이 진행되면 철거가 이루어지는데, 철거로 인한 피해보상이 너무 턱없이 적거나, 이주 지역이 프놈펜 외곽 20~40km 떨어진 곳에 있는 바람에 삶의 기반과 완전히 차단되어 버려 이주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민 대부분이 이주를 거부해도 정부가 개발을 이유로 강제로 이주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요즘 캄보디아의 가장 큰 문제는 토지와 개발로 인한 철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철거된 사람들, 이주한 사람들을 돕는 선교단체가 있어서 십일조를 그 사람들을 돕는 일에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곳과 관련하여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가끔 그 일과 관련하여 단체에서 마을을 방문할 때 같이 가보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교육여건이나 수준이 많이 뒤처져 있기 때문에 아내는 그 동안 교육과 관련해서 일한 경험을 살려서 과학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어를 2단계를 건너뛰고 3단계에서 공부하는데,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2단계에서 나왔던 단어들을 거의 모르고 있는 터라 단어들 따라잡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에는 좀 늦은 터라, 열심히 외우고는 있지만 자꾸 까먹습니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긴 하지만,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열심히 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다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들도 많이 있을 거라고 편하게 생각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곳 캄보디아 사람들은 프랑스 식민지를 경험했기 때문에 영어발음도 프랑스식으로 바꾸어서 발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스펠링이 같기 때문에 그냥 프랑스 말이기도 한 것도 많지요! 예로 sentimental이라는 말을 ‘쌍띠망’이라고 발음합니다. 그리고 Ice Lemon Tea를 ‘앗 레망 티’라고 발음한답니다. 그러면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했던 ‘Tomb Raider’는 뭐라고 발음할까요? ‘톰브라이더’라고 한답니다. ㅋㅋㅋ
언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생겼습니다. 아내랑 잠들기 전까지 캄보디아 말을 좀 더 들으려고 라디오를 켜 둡니다. 하루는 라디오에서 “뜩 솥 에로텍…. 뜩 솥 에로텍…”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캄보디아 말로 뜩은 물입니다. 솥은 순수한, 또는 깨끗한 그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뜩 솥은 생수라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자꾸 라디오에서 생수가 에로틱하다는 겁니다. 무슨 비디오 선전인가? 영화 광고하는 건가? 처음에는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겠더군요! 그러다가 문득, 여기 생수 중에 유로텍(Eurotec)이라는 생수가 있는데, 그 광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둘이서 그걸 알고 난 후 얼마나 웃었는지요!
혹시 다음에 캄보디아에 오게 되어 가게에 가시면 ‘뜩 솥 에로텍’이라고 하시면 그 물을 드실 수 있습니다. 물 맛이 꽤 에로틱하답니다. ㅋㅋㅋ
제가 사는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은 해발이 높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우기가 되면 메콩강의 수위가 올라와 비가 많이 오면 강의 수위가 하수도 수위보다 높아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면 그야말로 온 도시가 물난리가 나는 거지요! 저지대는 완전히 물에 잠겨서 어떤 곳은 1m까지 잠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에 폭우가 왔습니다. 대개 1시간 정도 오다가 그치는데, 그날은 한시간 정도 오더니, 살짝 그치는가 싶더니 2시간여를 폭우가 더 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집은 그래도 좀 높은 곳인지(거의 차이를 알 수 없지만) 물이 10cm정도 길에 차 올라있더군요! 이 정도면 아주 저지대는 동네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는 다라이를 타고 나와서 뱃놀이를 하지요! ㅋㅋㅋ
그런데 아내와 한 반에서 같이 공부하는 선교사님이 집에 가다가 못 가고 우리 집으로 왔습니다. 우리가 사는 길 다음 블록의 도로가 주요간선도로인 ‘캄푸찌아 끄라옴’이라고 하는 도로인데, 거기가 거의 허벅지까지 물이 찬 겁니다. 그러니 모든 차들이 그 길로 못다니고, 다 우리 집 앞의 그 좁은 도로로 달리는 바람에 그 날은 저녁 9시까지 너무 시끄러워서 아무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9시쯤 물이 다 빠졌겠지 하고 나갔던 선교사님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직 물이 무릎까지 차 있어서 더 갈 수가 없더라는 겁니다. (물론 가려면 갈수야 있겠지만, 여자 분이 하수도물과 뒤섞여있어 냄새 나는 그 물을 건너는 것이 쉽지는 않았나 봅니다) 겨우 10시 넘어서야 물이 좀 빠져서 집에 가시게 되었지요! 그 다음날 아침에 어학원 다녀와서 사무실에 가는데, 물에 잠긴 도로의 중앙 분리대가 시작하는 부분이 거의 대부분 깨져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중앙분리대가 물에 잠겨 안보이니까 차들이 들이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도로에 차오른 물로 인해 자동차배기가스 배출구로 물이 엔진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이 생겨 고장나는 차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폭우가 온 다음날 우리 집 앞의 자동차 정비소 주인 아저씨는 행복합니다. 그래서인지 그 집 꼬마아이는 폭우가 오면 웃통 벗고 반바지만 입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나 봅니다.
원래 4~5월이 가장 더운 계절이고 우기는 6월이 되어야 시작하는데, 때 아니게 4월부터 비가 와서 그다지 덥지 않은 4~5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장이야 좋지만, 때이른 비로 인해 농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면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3년 정도 전부터 계절이 뒤죽박죽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올해가 가장 변덕이 심하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이곳 농민들의 생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야말로 전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기도해야 할, 그리고 생활 속의 자그마한 실천으로부터 대처해야 할 제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늘 더운 시절을 지나면서 4월 한국의 산 골짜기에 곱게 피어나있을 바람꽃들, 5월이 되면 피어날 함박꽃나무의 그 하얀꽃이 너무 그립습니다.
저 대신이라도 시간 내서 그 아름다운 산천과 자연을 눈과 마음에 담아보는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져보시기를 바랍니다.
경제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웃과 이웃이, 동료와 동료가, 가족들간에 서로 여유가 있으면 더 쉽게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셔서, 늘 여유 있고, 웃음 가득한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도 부탁 드립니다.
1. 언어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배워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토지법이 빨리 제정되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피해 당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4. 5월 말에 있을 캄보디아 최초의 지방의회선거가 사고 없이 잘 치러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오영미. 이성욱 선교사
연락도 제대로 못드리네요. ㅠㅠ
잘 계시죠? ~~
언제나 맘속으로 늘 기억하고 기도합니다.
힘내세요 ~~ ^^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