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3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조사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긴 고뇌의 밤을 보내셨습니까?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셨던,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떠나셨습니까?

대통령님.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떠안은 시대의 고역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새벽빛 선연한 그 외로운 길로 가셨습니까?

유난히 푸르던 오월의 그날,
‘원칙과 상식’ ‘개혁과 통합’의 한길을 달려온 님이 가시던 날,
우리들의 갈망도 갈 곳을 잃었습니다.
서러운 통곡과 목 메인 절규만이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대통령님은 봉화산에서 꿈을 키우셨습니다.
떨쳐내지 않으면 숨이 막힐 듯한 가난을 딛고
남다른 집념과 총명한 지혜로 불가능할 것 같던 꿈을 이루었습니다.
님은 꿈을 이루기 위해 좌절과 시련을 온몸으로 사랑했습니다.

어려울수록 더욱 힘차게 세상에 도전했고,
꿈을 이룰 때마다 더욱 큰 겸손으로 세상을 만났습니다.
한없이 여린 마음씨와 차돌 같은 양심이
혹독한 강압의 시대에 인권변호사로 이끌었습니다.
불의에 대한 분노와 정의를 향한 열정은 6월 항쟁의 민주투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삶을 살아온 님에게 ‘청문회 스타’라는 명예는 어쩌면 시대의 운명이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3당 합당을 홀로 반대했던 이 한 마디! 거기에 ‘원칙과 상식’의 정치가 있었고
‘개혁과 통합’의 정치는 시작되었습니다.
‘원칙과 상식’을 지킨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거듭된 낙선으로 풍찬노숙의 야인 신세였지만,
님은 한 순간도 편한 길, 쉬운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노사모’ 그리고 ‘희망돼지저금통’ 그것은 분명 ‘바보 노무현’이 만들어낸 정치혁명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님은 언제나 시대를 한 발이 아닌 두세 발을 앞서 가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영악할 뿐이었습니다.
수많은 왜곡과 음해들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렵다고 돌아가지 않았고 급하다고 건너뛰지 않았습니다.
항상 멀리 보며 묵묵하게 역사의 길을 가셨습니다.
반칙과 특권에 젖은 이 땅의 권력문화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았습니다.
화해와 통합의 미래를 위해 국가공권력으로 희생된 국민들의 한을 풀고
역사 앞에 사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님이 대통령으로 계시는 동안, 대한민국에선 분명 국민이 대통령이었습니다.

동반성장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으로 더불어 잘사는 따뜻한 사회라는 큰 꿈의 씨앗들을 뿌려 놓았습니다.
흔들림 없는 경제정책으로 주가 2000, 외환보유고 2500억 달러,
무역 6000억 달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 한반도 평화를 한 차원 높였고 균형외교로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해 냈습니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쓰는 세계 첫 대통령으로 이 나라를 인터넷 강국,
지식정보화시대의 세계 속 리더국가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이 땅에 창의와 표현, 상상력의 지평이 새롭게 열리고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한류가 넘치는 문화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대통령님이 떠난 지금에 와서야 님이 재임했던 5년을 돌아보는 것이 왜 이리도 새삼 행복한 것일까요.
열다섯 달 전, 청와대를 떠난 님은 작지만 새로운 꿈을 꾸셨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잘사는 농촌사회를 만드는 한 사람의 농민,
‘진보의 미래’를 개척하는 깨어있는 한 사람의 시민이 되겠다는 소중한 소망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봉하마을을 찾는 아이들의 초롱한 눈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뇌하고 또 고뇌했습니다.
그러나 모진 세월과 험한 시절은 그 소박한 소망을 이룰 기회마저 허용치 않았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선 한없이 엄격하고 강인했지만 주변의 아픔에 대해선 속절없이 약했던 님.

‘여러분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글을 접하고서도
님을 지키지 못한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그래도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의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지막 꿈만큼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인 일입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세상은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조차도 빼앗고 말았습니다.
님은 남기신 마지막 글에서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최근 써놓으신 글에서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실패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맞는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남아 있는 저희들을 더욱 슬프고 부끄럽게 만듭니다.

대통령님. 님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님의 말씀처럼 실패라 하더라도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저희들이 님의 자취를 따라, 님의 꿈을 따라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겠습니다.
그래서 님은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생전에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분열로 반목하고 있는 우리를 화해와 통합으로 이끄시고
대결로 치닫고 있는 민족 간의 갈등을 평화로 이끌어주십시오.
그리고 쓰러져가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금 꽃피우게 해주십시오.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을 떠나보냅니다.
대통령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 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그 무거운 짐 안고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빕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님을 놓아드리는 것으로 저희들의 속죄를 대신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잊으시고, 저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십시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위원장 한명숙



=======================================

한 시대의 종말을 애도함 - 김상봉 교수


그가 마을 뒷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한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다. 그는 바로 우리 시대였다.
누구도 그처럼 치열하게 자기를 시대 속에 던져
시대와 하나 된 삶을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숭고, 그가 넘지 못한 한계 그리고 비극적 종말이
모두 그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숭고였으며,
우리 자신의 한계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의 이 비극적인 종말은 시대가 길을 잃고
낭떠러지에서 추락한 것이 아닌가?

1979년 부마항쟁으로 장전되고,
80년 광주항쟁을 통해 발사된 시대,
모든 불의한 것들에 대한 광기 어린 분노가
총알처럼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던 시대가 불러낸 사나이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그는 광주항쟁 이듬해 이른바 부림 사건으로 체포되고
고문당해 만신창이가 된 부산의 대학생들을 변호사로서 만나면서
처음 역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불의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 타인의 고통에 대한 순수한 공감이
아무 걱정 없던 세무 전문 변호사를
역사의 가시밭길로 불러내었던 것이다.

그 뒤 그는 역사의 부름에
언제나 자기의 전 존재를 걸고 치열하게 응답했던
소수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 치열함이 우리를 감동시켰고,
그 감동이 그를 끝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까지 밀어올렸다.
그것은 그의 명예이기 이전에 한 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치솟은 숭고였으니, 그는 우리의 자랑이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나는 역사가 이렇게 한 걸음 더 진보한다고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5년 뒤 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짐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청와대를 떠날 때,
내겐 더 이상 그에게 실망하고 분노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그가 고향마을에 큰 집을 지어 이사하는 것을 보고,
잠깐 그 많은 공사비가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했을 뿐.

그런데 그가 고향 뒷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왜 이렇게 내가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워지는가.
그는 자기를 던졌는데 나는 왜 구차하게 살아 있는가?
그의 시대는 나의 시대이기도 했으며,
그의 실패는 나의 실패이기도 했는데,
왜 그만 가고, 나는 여기 남아 있는가.

내가 그에게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는 치열했다.
이를테면 그가 권력이 청와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했을 때,
나는 깊이 좌절하고 실망했으나,
생각하면 그것은 그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한계였다.
자본이 절대 권력이 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 한계 앞에서 변절하거나, 세치 혀로 한계를 넘어갈 때,
그는 자기 방식으로 시대의 한계와 끊임없이 부딪혔고, 결국 좌절했다.

그가 곧 한 시대였으니
시대의 좌절이 그에게 치명적 타격으로 돌아온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보라, 한때 우리의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가
다른 것도 아니고 광주를 팔아 노벨상을 구걸하고 있을 때,
노무현은 모욕과 멸시 속에서 구차하고 더럽게 살기보다
깨끗이 파멸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시대가 비록 실패한 시대이기는 했으나,
적어도 비겁한 시대가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우리 시대가 오월 광주의 죽음에서 시작되었듯이,
모든 새로운 시대는 죽음 위에서 잉태된다.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죽었으니
머지않아 운명의 여신은 그 핏값을 받기 위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들이
그에게 적용했던 그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그들을 그리고 우리를
심판할 것이다.
그 심판을 피하려면 우리 자신이 정화되어야 할 것이니,
역사는 그렇게 쇄신되는 것이다.

뜨겁게 사랑했으므로 내가 미워했던 마음의 벗이여,
잘 가오. 그대 영전에 오래 참았던 울음 우노니,
그대 나 대신 죽어, 내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으리.



=======================================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 안도현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질하는 냉전주의 창끝에서
 깃발로 펄럭이다 찢겨진, 그리하여 끝내 허공으로 남은 사람
 
 고마워요, 노무현
 아무런 호칭 없이 노무현이라고 불러도
 우리가 바보라고 불러도 기꺼이 바보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아, 그러다가 거꾸로 달리는 미친 민주주의 기관차에서
 당신은 뛰어내렸어요, 뛰어내려 으깨진 붉은 꽃잎이 되었어요
 꽃잎을 두 손으로 받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팔뚝으로 받쳐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저 하이에나들이 밤낮으로 물어뜯은 게
 한 장의 꽃잎이었다니요!
 
 저 가증스런 낯짝의 거짓 앞에서 슬프다고 말하지 않을래요
 저 뻔뻔한 주둥이의 위선 앞에서 억울하다고 땅을 치지 않을래요
 저 무자비한 권좌의 폭력의 주먹의 불의 앞에서 소리쳐 울지 않을래요
 아아, 부디 편히 가시라는 말, 지금은 하지 않을래요
 당신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이 나라 오월의 초록은 저리 푸르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때리지 않잖아요
   당신이 이겼어요, 당신이 마지막 승리자가 되었어요
   살아남은 우리는 당신한테 졌어요, 애초부터 이길 수 없었어요

   그러니 이제 일어나요, 당신
 부서진 뼈를 붙이고 맞추어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흐트러진 대열을 가다듬고 일어나요
 끊어진 핏줄을 한 가닥씩 이어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꾹꾹 눌러둔 분노를 붙잡고 일어나요
 피멍든 살을 쓰다듬으며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슬픔을 내던지고 두둥실 일어나요
 당신이 일어나야 산하가 꿈틀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동해가 출렁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한반도가 일어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아아, 노무현 당신!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한명숙 전 국무총리 조사 등.. 맑은흐름 2009.05.29 2339
595 [펌] 이 대통령은 그러다가 권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2 산희아빠 2009.06.01 2141
594 6/5 지리산길여행 가실분 꼭 읽어보세요 7 이경 2009.06.02 2783
593 김진숙, "노무현 변호사님, 다음 生에는 우리 노동자로 만나요" 이경 2009.06.09 3726
592 오늘 광장에 가시는 분 계시나요? 8 산희아빠 2009.06.10 2037
591 오늘 저녁 성미산 마을극장 인권영화제 가실래요? 이경 2009.06.12 2380
590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를 보고 씁니다. 3 이경 2009.06.16 2404
589 나는 왜 비겁해지려는가? 파란바람 2009.06.18 2164
588 콘서트가 있답니다. file 임도사 2009.06.19 2290
587 교우들 소식입니다. 2 손은정 2009.06.20 2271
586 상추쌈 먹고 난 오후에...그냥... 3 맑은흐름 2009.06.22 2263
585 성서 함께 읽는 모임 4 임도사 2009.06.23 2061
584 기독교사회포럼_영등포산업선교회 협동운동발표 2 형탁 2009.06.23 2268
583 2009년 철인 3종 경기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file 박정숙 2009.06.29 2229
582 6월 찬양친교위원회 모임 내용 3 원등주작 2009.06.29 2235
Board Pagination ‹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61 Next ›
/ 6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