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6 17:40

캄보디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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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살면 살수록 캄보디아 국민들은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1월 초에 인도차이나 교단 선교사 전체모임이 있어서 며칠 방콕을 다녀왔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베트남과 태국을 굉장히 경쟁관계로 바라보며 자기들과 비슷한 경쟁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본 베트남과 태국은 캄보디아에 비하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시내에 대중교통 서비스가 있잖아요! 그리고 도로가 패인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그 두 나라는 정부나 국가가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은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캄보디아는 수도의 간선도로가 우기만 지나면 S자 코스 연습을 해야 할 정도로 여기저기 패이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패인
것도 그냥 작게 패이는 것이 아니라 넓고 깊게 패어있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는 굉장히 위험하기도 합니다. 차를 따라가다보면
갑작스런 웅덩이를 피할 수 없어 덜컹거리며 웅덩이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캄보디아 정부의 예산 중 절반이 부정과 부패로 유출된다고 하는 말이 떠도는데,
작년에 새로 포장한 도로가 올해 우기를 지내면 전부 패이는 것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물축제 때 있었던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1월 22일 월요일 자정즈음 물축제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다이아몬드 섬(꺼h ㅃㅔㅈ)에 몰린 사람들이
섬에 있는 두개의 다리로 밀려 나오려다가 깔려서 450여명이 죽었습니다.

화요일 아침 소식을 듣고,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 황당하기도 하고, 주변 캄보디아 친구들과 교회 사람들이 걱정이
되어 이곳 저곳 전화해 보니 아는 사람들에게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그날 BBC와 CNN, 그리고 지역 뉴스를 계속해서 보는데,
외신에서는 감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비해 지역뉴스에는 감전에 대한 보도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외신 보도를 찾아보니 초기에 의사와 한 인터뷰에서 의사가 사람들의 주요 사망원인이 감전사와 질식사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텔레비전 화면을 보니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물에 흠뻑 젖어 있는데,
그날은 비도 전혀 오지 않았고, 물축제라고 해서 사람들이 몸에 물을 뿌리고 노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물에 흠뻑 젖어 있을까 의아했었는데,

알고보니,

사람들이 작은 섬에 엄청나게 몰려 들었고,
좁은 두개의 다리를 통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자 경찰이 통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방호스로 물대포를 쏘아 사람들이 완전히 흠뻑 젖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뒤에서는
밀지, 앞에서는 소방호스로 물대포를 쏘아대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사람들이 중간에 끼어 너무 밀집되다보니 숨쉬기도 힘들어
다리 밑 강으로 뛰어든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리에서 뛰어내리다가 조명과 연결된 전기선을 잡고 뛰어든 사람이 있었는지, 그 조명 전기선이 끊어지자 물에 흠뻑 젖어
있던 사람들이 일시에 쇼크로 쓰러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다리위의 사람들이 일시에 쓰러지자 뒤에서 밀려들던 사람들도 그 위에 차례대로 쓰러지면서 계속되는 감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쓰러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질식과 압박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한 순간에 쓰러진 듯 멍한 표정들을 하고 있는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야말로 경찰들이 아무 생각없이 막무가내로 저지른 일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어나간 것이지요.
그런데 정부는 이 일을 덮기에 급급하여, 초반에 감전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일언반구도 없고, 총리는
공식 발표에서 울먹이는 쇼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하기를 사망 주요원인이 압박에 의한 질식이었고, 감전사는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현 경찰 총수는 훈센의 조카사위입니다.

이후 CNN보도에서 사망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려고 하면 갑자기 화면이 꺼져버리는 일이 생기는데,
아마 정부가 이번 사건을 덮기 위한 술책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으로 사망자
가족에게 1,250불을 지급하겠다고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인터넷이 보급된 시대에 자기들의 거짓말이 얼마나 먹힐거라고 생각하는지...
또 힘으로 눌러서 더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겠지요.

캄보디아에 살면 살수록 캄보디아 사람들이 불쌍합니다.

그 힘든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도 살아남아 지금까지 왔는데, 부정과 부패에 찌든 총리와 정부관료, 경찰과 군대로 인해
국가로부터 받아야 할 혜택은 커녕 억울한 죽음에 대한 원인규명까지 멀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캄보디아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 불쌍하고 황당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가족에게 주님 주시는 위로와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 부정과 부패, 거짓과 농간이 만연한 캄보디아 정부가 변화되어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 캄보디아 선교가 성공주의와 물질주의적 선교가 아닌 진정 좁은 길을 열어가는 선교가 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교회를 통해서
캄보디아 사회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프놈펜에서 오영미 이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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