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에 다녀왔다.
잇몸을 자르는 수술을 받았다.
고온의 전기칼로 싹둑!
몇 년 전 겐즈스강가에서
강하게 남아 있는 향수가 우리네치과 치료대 위에서 떠올랐다.
툭툭 터지는 살들과 살 타는 냄새가 아련하게 남아 있는데
오늘 내 살 타는 냄새를 맡으니 그때 그랬던 것처럼
왠지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새삼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세상이 커튼 뒤에서 숨은 검은 손들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전쟁을 조정하고 그 안에서 잉여를 창출하는 사람들.
동조자.
방관자.
침묵자.
저항자.
조금 저항자.
나도 어디엔가 속해 있을 거다.
착한 사람들이 존중받고 사랑받으면 좋겠지만,
세상, 특히 서울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을 더 괴롭히며 살고 있나보다.
모두가 한 몸을 가진 사람들인데
모두가 더 사랑하고 살면 좋을 텐데
세상은 그러면 인생 종 칠 것이라 말한다.
내 주변의 착하디 착한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나도 세상이 말하는 힘의 법칙에 많이 물들어나 보다.
오늘 하늘은 하루종일 파랗던데...
참 좋은 하늘이라고 생각했다.
겐즈스 강가의 하늘처럼 ...
모두가 연기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그 날처럼...
치과 원장님 왈 "살 타는 냄새 오늘 계속 날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내 죽음 뒤에 불꽃에 사라질 내 육신의 타는 냄새를
아주 조금 맡았다.
오늘 한 순간 만큼이라도 죽을 힘을 다해 사랑하는 마음 한 번 가져 보리라 생각 조금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