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건설잡부로 일할 때였읍니다. 폐가를 헐고 새집을 짖는 현장이었어요. 점심시간에 심심하기도 해서 집안을 둘러보는데 우연히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읽어 보았습니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이라는 책이었읍니다. 이런 내용이 있더라구요. 찰흙을 가지고 내가 꿈꾸는 어떤 모양이 만드는 건데, 찰흙을 가지고 어떤 모양을 만들려면, 먼저 찰흙에 물을 부어서 반죽을 해야 되잖아요, 이럴 때 찰흙을 현실이라고 하고, 물을 꿈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찰흙에 물이 너무 많으면 내가 꿈꾸는 어떤 모양을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하구요, 또 찰흙에 물이 너무 없으면 꿈꾸는 어떤 모양을 만들어도 쉽게 부서져 버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찰흙에 물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서 반죽이 잘 되야 내가 꿈꾸는 어떤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햐 요거 멋있는 말이다, 몇 년 품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전기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런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비유를 하는 것인데, 한 사람이 몇 년을 살아가는 건 삼각형의 길이다. 그리고 나 홀로 살아 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니,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내 이웃과 더 나아가 세상사람들과 공감하며 살아 가는 것을 삼각혀의 넓이고 얘기를 하고, 다음에 그걸로는 부족하니 내가 하나님께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으로 삼각형의 높이를 얘기하더라구요, 햐 요것도 멋진 말이다. 또 몇 년 품고 살았읍니다. 그러다 어느 때 한겨레신문을 읽는 데 이 한학자이신 분이 자기의 좌우명이로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군자는 세상 모든 일에 옳다고 하는 것이 따로 없고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이 따로 없다. 오직 의로움을 좇을 뿐이다, 내가 아는 것이 있는가?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누구든 나에게 물어오면 어떤 편견도 없이 그 양 끝을 들추어서 끝까지 찾아보겠다, 이런 말을 합니다. 햐 이 분도 참 멋있는 분이시다, 나이가 80이 넘으신 분인데 생각이 굳어 있지 않구나, 나이가 먹으면 몸이 굳으면서 덩달아 생각까지 외골수가 되기 십상인데 나이 80이 넘어도 끝까지 찾아 보겠다니 나도 덩달아 한 번 찾아 보자 맘 먹고 지금까지 품고 있습니다. 언제 또 좌우명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살아간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