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저녁에 별 볼 일이 좀 처럼 없다.
서울 하늘은 평소에도
별 볼 일이 쉽지 않는데 이젠 오랜 장마가
별 볼 생각도 희미하게 지워버렸다.
하늘을 좀 처럼 올려다 볼 여유도 주지 않는
서울의 생활 속도는 잔인하다.
장마에도 그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나는 비오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어릴 적 비가 오면 모든 일을 멈추고 마루에 앉아
고추나 호박 부침개를 해 주던 어머니의 향수가 있어서다.
농촌의 비는 쉼을 준다.
서울의 비는 걱정을 준다.
침수걱정, 누수걱정, 이동걱정, 빨래걱정....
요즘 제습기가 그렇게 인기 있다 한다.
겨우 2~3주의 눅눅함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서울 콘크리트 속 사람들...
2~3주의 더위를 지옥의 훈짐처럼 여기는 사람들...
별 볼 일 없는 날들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가나보다.
그러다 정말 서로에게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되면 어쩌나...
오늘 밤엔 구름 사이를 유심히 바라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