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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오래전에 순이에게서 네가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다 진급문제로 부득이
제대를 했고, 새롭게 사회에 적응하는데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리고 곧 잊어 버렸어.
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형이 셋이나 있고, 나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쉽게 생각했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어제 느닷없이 순이에게서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제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구나.
노숙자로 전국 여기저기를 돌아 다녔다고 들었다. 네 옆에는 아무도 없었겠지. 힘들다고, 다시 일어나고 싶다고, 나 좀 도와달라고, 누구 나 좀 일으켜
달라고 손을 내밀어도 모두가 외면했는지도 모르지.
그래, 너만큼이나 네 옆에 있는 사람도, 나 또한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네가 내민 손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혼자서 그 넓은 하늘을 바라보기가 얼마나 외로웠니? 목놓아 외쳐도 들어주는 이 하나 없이 너의 분노는 얼마나 덧없이 사라졌을까? 얼마나 수많은 날들을 가슴이 찢어지는 울음으로 보낸 거니?
지쳐 잠이 들어도 누구 하나 너를 거들떠보기나 했을까?
편의점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장이 멎어버렸다고.
그래, 심장이 멎어버리고 흔한 공기한 점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 몸은 불태워져 가루가 되고 불어오는 바람에 사라져버리는구나. 네 형은 그게
못마땅해서 부모님 산소 옆에 분골을 묻고 땅을 평평하게 다져놓았다고 하더라. 그래그래 잘했다. 부모님이 살아 계셨던들 이런 일이 있었을까?
돌아가신 부모님이 형들보다 일찍 어린 동생을 보냈다고 성난 눈으로
우리 모두를 쏘아보겠지. 달게 받자. 우리의 눈물도 부모님의 성난 눈이
아니면 마르지 않을 것만 같으니. 꿈속에서라도 우리 한 가족으로 다시 만나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막내둥이 현이 얼굴을 보자. 또 다른 내 얼굴을 보자.

저는 지금까지 노숙자를 어쩌면 언어로만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있지만 그래도 저 노숙자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노숙자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친한 친구의 동생이 노숙자로 지내다 급사한 소식을 접하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노숙자의 지금의 〈현실〉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우리 교회의 햇살보금자리 얘기를 해 주면서 정말 보람되고 값있는 일을 햇살보금자리가, 성문밖교회가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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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탁 2013.07.31 12:38
    삶의 변두리에서 외롭게 스러져가는 이들이 ... 참 너무 많네...꼭 노숙하지는 않더라도 하릴없이 맥없이 서성이는 이들이 너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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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기 2013.07.31 12:54
    함께 누려야할 많은 것들을 내가 움켜쥐고 있기에
    어떤 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지고 움켜진 마음과 물질들을
    조금씩 조금씩 나누는 삶의 방식... 참 어렵습니다.
    먼저 하나님 품에 안기신 친구의 동생분의 생명에
    위로와 평화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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