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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공권력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제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도 다치지말고 다녀오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밀양에 가니 경찰은 먼 산 바라보듯 저 만치서 하나의 풍경으로 서 있었습니다.
날카로운 대립이 한꺼풀 꺽여서 양측이 숨을 고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희망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하나의 간절한 바램으로 함께 한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었고 눈물나는 시간이었습니다.
70후반에서 80대의 할머니가 내 눈에 보이는 살결마다 푸른 멍이 들어있는 걸 보자니
너무나도 눈물이 나고, 그런 험한 꼴을 당하고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를 나무라는 모습에 용기를, 힘을 얻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그 날의 보고 듣고 제가 얻은 느낌을 글로 한 번 써 보았습니다.
인자는 니들 몫이다
보름달도 산허리 넘어 숨이 차는
밀양 송전탑 765Kv 눈물이 흘러
서울에서 부산에서
부리나케 달려 왔는데
한순옥 할머니 아니 내 에미야
행정대폭행에 열 몇명 내 에미
죽일라꼬 이천 명 사부끼칼 든 경찰 몰려와서
알몸에 푸른 멍들고 아파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기라 니 에미는 진게 아니라
맨몸으로 알몸으로 사부끼 날카로운 탐욕도
쇠사슬로 내 몸 묶어
번쩍 들려 끌려 나왔으니
인자는 느그들 몫이라
끝없이 치솟은 송전탑에 짓눌린
산비탈에 주인 잃은 감자밭
돌아가고 싶어도 속없는 꿈일 뿐
니 에미 이런 설움 받고
일제 때도 육이오전쟁도 이런 꼴
안 당했는데 니들 믹여 살릴라꼬
이 치욕 당했으니
인자는 느그들이
시펴렇게 멍든 내 몸같이
푸른 피 굽이굽이
흐르는 시퍼런 니 젊은 피로
이 에미 맺힌 한을 풀어야제
내는 이 바램뿐이라
보름달도 산허리 넘어 숨이 차는
전등 여남은 불빛 조그만 마을
내 에미 우렁찬 목소리에
들썩들썩 눈물 삼키고
니 에미 목숨도 니들 몫이다
니 자식들의 미래도 니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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