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619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창세기 3장을 읽으면 최초의 인간들인 아담과 하와가 금단의 열매를 먹은 후 '에덴'이란 낙원에서 쫓겨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아담과 하와라는 개별적인 인간들의 개인사를 전해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최초의 인간이었다는 것은 그들이 인간의 대표라는 의미이고 그들이 인간의 대표라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사실은 모든 인간의 이야기란 뜻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님으로부터 돌아선 인간 그럼으로써 참된 자기, 불교식으로 말하면 '진아'를 잃어버린 인간들의 실존적 상황을 전해 주는 상징입니다.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전해주는 바, 인간 실존이 처한 보편적 상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금단의 열매를 먹은 인간은 벌거벗은 자기 모습을 의식하게 되었고 수치심에 올리브 잎으로 몸을 가리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 인간, 가식의 옷을 입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 인간,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가면Persona을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둘째, 금단의 열매를 먹은 인간은 자기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타인을 적대자로서 인식하게 된, 자기 불행의 원인을 타인에게 찾고 그에게 자기 불행의 책임을 전가하게 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보다 약한 존재가 보다 손쉽게 책임전가의 대상이 되는 인간사회의 상황을 상징합니다.

 

셋째, 금단의 열매를 먹은 인간에게 노동은 형벌이 되었습니다. 땅은 인간에게 가시와 엉겅퀴를 내고 인간은 그것을 제거하며 곡식을 일구어야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가 상호공생이 아닌 상호적대의 관계가 되었다는 것, 깨어져 버린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를 상징하는 이야기입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 사함이란 개별적인 인간의 도덕적인, 윤리적인 죄를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창세기 3장의 상징을 통해 알 수 있는 기독교적 죄 사함의 의미는 참된 자기와의 분열을 극복하는 것, 타인과의 분열을 극복하는 것, 생태계와 분열을 극복하게 되는 것, 그리하여 자기와 타인과 세계와의 화해를 이루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 2023.5.18 광주민중항쟁 기념주일 file 김희룡목사 2023.10.06 500
106 2023 성문밖 전교인 수련회 file 김희룡목사 2023.08.26 533
105 전능하신 하나님 file 김희룡목사 2023.10.06 542
104 악의 평범성을 뚫고 오시고야 마는 하나님 file 김희룡목사 2023.10.06 678
103 2022년 성문밖교회 전교인 수련회 file 김희룡목사 2022.08.23 795
102 2023년 성문밖교회 표어 해설 file 김희룡목사 2023.01.18 799
101 Dankbarkeit -Dietrich Bonhoeffer- (감사 - 디트리히 본회퍼) file 김희룡목사 2022.04.07 920
100 우리의 시민권은 어디에 있나요? file 김희룡목사 2022.04.13 1106
99 김희룡목사 위임식 file 김희룡목사 2023.03.03 1173
98 고갈 된 상상력을 일깨우는 기도 file 김희룡목사 2022.04.07 1235
97 『정동 자본주의와 자유노동의 보상』을 읽고 김희룡목사 2021.11.27 1263
96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 file 김희룡목사 2022.04.08 1285
95 천체 사진 file 김희룡목사 2022.04.07 1292
94 커먼즈를 지키기 위한 기독교적 반란 -『마그나카르타 선언』을 읽고 김희룡목사 2021.11.27 1359
93 예수를 뒤따름 (2020년 7월 12일 칼럼) 김희룡목사 2021.11.02 1364
92 여기에 사람이 있다 김희룡목사 2021.12.02 1441
91 기독교 기후 결사 가능한가? 김희룡목사 2021.11.27 1449
90 폭염에 의한 집단타살, 1995년 시카고 사례 – 『폭염 사회』를 읽고 김희룡목사 2021.11.27 1449
89 고난 가운데 드러나는 하나님의 일(2020년 4월 9일 기독공보 칼럼) 김희룡목사 2021.12.01 1534
88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를 읽고 김희룡목사 2021.11.27 1562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Next ›
/ 6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