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1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그날'이란 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시는 1980년에 출판되었으나 쓰이긴 70년대에 쓰였다고 합니다. 우리의 현대사 70-80년대는 진실이 억압받던 시대로서 그러한 억압에 적응하거나 그러한 억압을 외면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병든 시대였습니다.

시인이 볼 때 진실이 억압되는 병든 시대에 적응해 버린 사람들의 삶이란 제 아무리 성실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스스로 자기의 삶을 파괴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진실이 억압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시인의 눈에는 보였습니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고 마는 것,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고 마는 것, 성실한 삶이 충실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허무로 이어지는 아이러니!

그리하여 시인은 고발합니다.모두가 총제적으로 병든 시대에 신음과 고통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일 뿐이기에 아무도 신음소리를 신음소리로, 고통을 고통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신음 소리를 듣고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는 시인의 절망과 고독이 짙게 느껴집니다.

성서의 예언자들에게서도 이와 같은 시인의 절망과 고독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예언자들은 언제나 병든 시대 속에서 출현하고 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화하며 동시대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신음소리를 듣고 동시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며 시대의 고통을 대신 앓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 악의 평범성을 뚫고 오시고야 마는 하나님 file 김희룡목사 2023.10.06 709
66 아기로 오신 하나님 김희룡목사 2020.12.10 5250
65 신앙의 삼중성, 지,정,의 김희룡 2016.08.20 7195
64 세월호 5주기 file 김희룡목사 2019.04.17 5697
63 세례요한의 행복 김희룡목사 2020.12.09 5709
62 성문밖 목회 칼럼 연재를 시작하며 김희룡 2016.07.13 6248
61 선을 향해 나아가는 운명 김희룡목사 2018.04.20 5420
60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 file 김희룡목사 2022.04.08 1313
59 생명의 새로운 차원이신 성령 김희룡 2016.10.18 6404
58 사회적 약자들을 가족으로, 자녀로 삼는 세월호 가족들 김희룡목사 2020.12.10 5250
57 사순절 첫 번째 주일 묵상 - 인간이란? 김희룡목사 2018.02.18 5119
56 사순절 여섯 번째 주일(종려주일) 묵상 - 전직 대통령 이명박 장로의 구속사태에 대한 교회의 엄중한 책임을 절감하며 김희룡목사 2018.03.30 5358
55 사순절 세 번째 주일 묵상 - 선택된 나그네의 자유와 특권 김희룡목사 2018.03.06 5091
54 사순절 두 번째 주일묵상 - 십자가에서 깨어진 인간의 탐욕과 삶의 피상성 김희룡목사 2018.02.27 5482
53 사순절 다섯 번째 주일 묵상 - 말씀의 현실성 김희룡목사 2018.03.22 5404
52 사순절 네 번째 주일 묵상 - 누구와 무엇을 기뻐할 것인가? file 김희룡목사 2018.03.14 5319
51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 김희룡목사 2017.07.06 6984
50 불안Angst에 대하여 -Tillichlexicon에서- 김희룡 2017.01.10 6704
49 불가능성을 향한 열정, Passion for the impassible 김희룡목사 2017.07.05 6031
48 부활의 생명으로 다시 살아난 그는 누구인가? 김희룡목사 2018.04.03 5261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Next ›
/ 6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