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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관련된 설교를 준비하다가 독일 신학자 도로테 죌레의 책, “고난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속에서 만나게 된 프랑스 철학자의 이름, 시몬느 베이유 Simone Adolphene Weil. 그리고 고난에 관한 그녀의 개념, “뿌리 뽑힌 삶”.

 

그녀는 1909년에 태어나 1943년까지 34년의 생을 살았다. 그녀의 삶은 불꽃처럼 치열했다. 그녀는 22살의 나이에 교수자격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래가 보장된 길을 뒤로하고 노동자 학교의 교사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지식인의 지도 없이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자유와 해방을 성취하기 위한 실제적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그녀는 공장의 노동자로 취업하였다. 이후 그녀는 공장의 노동자들보다 더 깊은 소외 속에 버려진 농민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길로써 농장의 노동자가 된다.

 

이처럼 타협 없는 삶은 그녀의 건강을 파괴했다. 그녀는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한 후, 영양 있는 식단으로 자신을 돌보라는 의사의 처방을 거부하고 민중들과 같은 영양섭취를 고집하다가 서른넷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녀는 말년에 비록 영세를 받지는 않았으나 정의와 사랑을 상징하는 신에게 귀의하게 된다.

 

시몬느 베이유는 고난과 불행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력을 드러냈다. “고난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차원을 가진다. 고난의 3가지 차원 모두를 충족시킬 때 고난은 뿌리 뽑힌 삶, 즉 살아 있으나 죽은 것과 유사한 불행에 떨어지게 된다.” 고난의 사회적 차원이란 타인의 고난에 대한 무관심, 혐오이며 이를 통해, 즉 고난 받는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통해 누군가의 고난이 극복 가능한 고난이 되기도 하고 극복할 수 없는, 살았으나 이미 죽은 것과 같은 불행이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고난이 곧 불행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고난은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고난을 불행으로 만드는 것은 고난 받는 자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의 말에서 누가복음 제 4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첫 설교를 떠올렸다. 누가복음 4장에서 예수님은 자기의 사명을,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포로 된 자에게 해방을, 눈 먼 자에게 보게 함을, 억눌린 자에게 자유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의 복음 선포는 시몬느 베이유가 말한 고난의 세 차원 모두를 향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고난이 곧바로 불행이 되지 않도록 붙들어 줄 책임을 자기의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난 받는 자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가 고난을 불행을 만든다면 고난 받는 자에 대한 관심과 연대는 예수님의, 그리고 그를 따르는 자들의 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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