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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을 맞이했습니다. 고 함석헌 옹은 그의 저서, “뜻으로 본 한국역사”의 32장 ‘해방’편에서 조선의 독립은 ‘도적 같이 왔다!’고 썼습니다.


그 누구도 ‘해방’이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로 간주하며 저항 없이 수용하였으며 글깨나 읽고 머리가 깨었다는 사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그리하였다고 썼습니다.


‘해방’이 오리라는 역사적 희망을 상실하고 생존의 본능에만 의지한 채, 주체적 판단과 성찰의 능력이 본래 없었던 양, 살아가던 맹목적 삶에 대하여 고 함석 옹은 “삶을 빼앗긴 생존”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함석헌 옹의 말을 잠시 인용합니다.


“바치라니 그저 어린 것의 먹을 것까지 긁어 바쳤고, 말하지 말라니 말을 그만 두고, 글을 내버리라니 그 좋은 글도 내버렸고, 성(姓)을 고치라니 그대로 조상까지 내버렸을 뿐이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생각을 해보려 하지도 못했다. 분명히 가고 싶은 길이 아닌데, 옳지 않은 길인 줄도 아는데, 그런 줄 알면서도, 대적에게는 그만두고 우리 자신에 향하여 물으려는 생각도 없이, 눈을 가리우는대로 가리움을 당하고 어디론지 끌려가는 것이었다. 간대야 죽음 밖에 있을 것 없는 줄을 알면서도 살기 위하여 끌려간다고 하였다. 살기 위해 죽을 대로 가는 그것이 곧 민족 전체의 가는 길이었다. 생존은 우리에게서 모든 정신적인 것, 의미적인 것을 빼앗아 버렸었다.”


역사적 정의에 대한 희망과 왜곡된 삶의 질서로부터 해방되리라는 비전을 잃어버린 삶은 반드시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자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래서 살기 위해 선택한 길이 죽음에 이르는 길이 되고 맙니다. 생존은 확보했을지 모르나 삶은 잃어버립니다.


'생존에게 빼앗기지 않는 삶'은 역사적 정의와 해방이 반드시 이루어지고 말 것이란 희망, 즉 역사적 불의와 억압을 끝내기 위하여 주님이 오신다는 종말론적 신앙을 붙잡을 때 가능합니다. 이러한 종말론적인 신앙은 현재의 삶을 판단하는 척도가 됩니다. 그리하여 주어진 환경에 종속되지 않는 주체적 삶, 육체만을 위해 정신을 희생시키지 않는 영적인 삶, 생존을 위해 삶을 유보하지 않는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를 붙잡아 줍니다.


종말론적 희망을 가지고 사는 자는 자기의 삶을 도적에게 빼앗기지 않습니다. 생존에게 빼앗긴 삶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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