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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그날'이란 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시는 1980년에 출판되었으나 쓰이긴 70년대에 쓰였다고 합니다. 우리의 현대사 70-80년대는 진실이 억압받던 시대로서 그러한 억압에 적응하거나 그러한 억압을 외면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병든 시대였습니다.

시인이 볼 때 진실이 억압되는 병든 시대에 적응해 버린 사람들의 삶이란 제 아무리 성실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스스로 자기의 삶을 파괴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진실이 억압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시인의 눈에는 보였습니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고 마는 것,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고 마는 것, 성실한 삶이 충실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허무로 이어지는 아이러니!

그리하여 시인은 고발합니다.모두가 총제적으로 병든 시대에 신음과 고통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일 뿐이기에 아무도 신음소리를 신음소리로, 고통을 고통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신음 소리를 듣고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는 시인의 절망과 고독이 짙게 느껴집니다.

성서의 예언자들에게서도 이와 같은 시인의 절망과 고독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예언자들은 언제나 병든 시대 속에서 출현하고 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화하며 동시대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신음소리를 듣고 동시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며 시대의 고통을 대신 앓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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