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8 11:33

저녁 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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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 저녁을 더 사랑했던, 그리하여 자신의 이름에 저녁이란 의미의 한자(夕)를 무려 세 개나 넣어 '다석多夕'이란 호를 지어 가졌던 기독교 철학자 유영모선생이 있습니다. 그는 김교신이 발행한 성서조선에 글을 기고 하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저녁 찬송'입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대낮에는 살림을 위해서 다니고, 일하고, 배우고, 놀고, 밤에는 그것을 위해 쉬고, 잠자고, 꿈꾸는 것으로 안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밝은 것 뒤에는 크게 잊혀진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은연중에 통신으로, 밤중에 희미한 빛으로 태양광선을 거치지 않고 나타나는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한 영혼과의 통신이다. 우리는 이것을 망각하고 그저 잠이나 자고 있다. 한낮에만 사는 것을 사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정신없는 소리다. 빛을 가리어 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낮의 밝음은 우주의 신비와 영혼의 속삭임을 방해하는 것이다. 낮에 허영에 취해서 날뛰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밤에까지 연장하여 불야성을 만들려는 것은 점점 어두운 데로 들어가는 것이다.... 창세기에 저녁이 있고 아침이 있다고 했고, 묵시록에 새 하늘과 새 땅에는 다시 햇빛이 쓸데없다 했으니 처음도 저녁이요 나중도 저녁이다. 낮이란 만년을 깜박거려도 하루살이의 빛이다. 이 영원한 저녁이 그립도소이다. 파동이 아닌 빛 속에서 쉼이 없는 쉼에 살리로다.”(“저녁찬송”. 「성서조선」, 1940년 8월호)

생각해 보면 낮은 보이는 것에 의존하는 시간,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에 관심을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내가 하나님께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간과하는 시간이 또한 낮 시간이기도 합니다. 부디 우리가 하나님과의 소통이 열리는 저녁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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