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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땅 캄보디아를 밟다.

집사님들과 9월의 끝자락에 한국 땅을 날아올라 저 멀리 캄보디아에서 10월의 아침을 지내고 돌아왔다.  9월 30일 늦은 오후 손목사님, 여집사님, 산선실무자들의 배웅 속에 공항리무진에 올랐다.

멀기만 해 보이던 캄보디아는 비행기라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으로 인해 저녁나절에 나섰지만 달이 하늘에 차기도 전에 다가왔다. 공항에 도착하자 이성욱 목사님의 친절한 웃음과 안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친절과 미소는 우리가 떠나올 때가지 멈추지 않았다. 다소 낯선 이국땅에서 그 어느 곳에서보다 평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이목사님께서 함께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늦은 저녁 선교센타의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일정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그 후엔 배고픔을 달랠 사람들 몇 명이 모여 컵라면을 김치와 갓김치로 비웠다. 비행기타고 온 김치와 갓김치, 멸치볶음은 싸오신 집사님들의 마음이 곁들어져 비할 수없는 맛이었다. 이 맛은 여행 내내 과식의 주범이 되어버렸다.

다음 날 집사님들의 아침을 가르는 웃음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부지런도 하시지 새벽에 잠에 들곤 벌써 일어나시다니... 숙소 근처에 있는 현지식당을 찾아가 쌀국수로 아침을 먹었다. 모두들 좋아라 하시니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TV로만 보던 야자열매 쥬스를 먹으며 해 보고 싶은 거 해 보아 원풀었다는 소리에 서울 한복판 노동자들의 갈망이 스며있는 듯하여 안타까움 반, 웃음 반...

첫날 방문한 곳은 1975년에서 1979년 사이에 벌어진 대 학살의 현장을 고발하고 있는 뚤슬랭 발물관이었다. 당시 폴포트에 의해 자행된 온갖 고문과 학살 현장을 건물과 사진은 말없이 건네주고 있었다.

잔혹한 독제자의 통치 아래 연약한 생명들이 얼마나 쉽게 폭력에 노출되는지 경험하여 알고 계시는 집사님들의 안타까워하는 소리는 더 깊은 내면의 탄식소리였다.
뚤슬랭 박물관은 당시 학생들을 가르치던 고등학교였지만, 폴포트에 의해 감옥이 되어 수천의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공간으로 유린당해 버린 곳을 사용하여 세워졌다. 그곳엔 사형 당하기 전 한 어머니가 아기를 품에 안고 마지막 사진을 찍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먼저 캄보디아를 다녀온 친구가 이 사진 앞에서 많이도 울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었던 것인데, 그 누구도 이 사진 앞을 눈물 없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아기를 품은 엄마의 가슴. 그리고 그들을 향해 고문하고 총을 겨눈 이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오갔다. 그리고 오늘의 캄보디아의 현실이 또 다른 독재와 부패와 폭력이 멈추지 않고 현재 진행형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결국 도달한 마음은 슬픔이었고, 긴 침묵이었다.

슬픔의 현장을 돌아보며 아픈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는 오찌띠얼 해변으로 향했다. 프놈펜에서 버스로 4시간 달려 도착한 그곳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1미터가 넘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지나 섬에 도착하여 말 그대로 소박한 소풍을 지냈다. 돌아오는 길에 캄보디아의 바다는 아직 민초들이 살아있고 그들에게는 기대와 희망이 있다는 듯 작은 배에 부딪치며 우리들의 온 몸을 덮어 적셨다. 배를 삼킬 것 같은 파도에 대한 두려움은 성문밖공동체 집사님들과 함께하는 마음에는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다음날 하루종일 차를 달려 씨엡립의 앙코르 와트에 도착했다. 앙코르 와트는 400년의 정글 속에 숨어 있다 90년 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이다. 고대 캄보디아인들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그곳에서의 하루는 침묵의 땅, 슬픔의 땅 캄보디아를 새롭게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숨어 있었다. 베드로성당의 40배에 달하는 넓이와 건축물, 벽에 새겨진 부조는 미켈란젤로의 예술성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어느 유적지나 마찬가지로 위대한 역사 뒤에 감춰진 민초들의 고된 삶이 유적을 덮은 나무뿌리들을 타고 우리들 가슴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성욱목사님과 이별을 하며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우리들의 4박 5일을 정리해 보니 얇지만 그들의 슬픈 역사와 다시 희망,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움이었다. 모두들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하늘에 몸을 맡기며 돌아왔다. 바램은 성문밖 모든 교우들과 더 깊고 많은 여행의 맛을 나누고 싶다.

-성문밖교회 10월 8일 주보에 실린 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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