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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8월 12일 주일
주제: "전쟁과 여성인권"
강사: 정태효목사

< 귀환동포골을 생각하며 >

지금 가보면 아주 초췌하고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지만, 유년기 시절 나의 고향은 어린 나의 두 눈에는 아주 광활하고 큰 동네였다. 여느 마을이나 그렇듯 동네가 한 두 블록으로 나눠지고 각각의 명칭이 따로 존재하였다. 동네 초입부분은 ‘새몰’, 박씨 문중이 몰려 사는 곳은 ‘안골’, 동네 끄트머리는 ‘길마재’, 그리고 집회소(마을회관)을 중심으로 한 중앙, 이렇게 크게 네 군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런 각각의 동네에 편성되지 못한 이상한 블록이 하나 있었는데 여기를 우리는 ‘귀환동포골’이라고 불렀다. 일제시대 자의든 타이든 일본땅에서 살다가 해방 후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엉거주춤 자리를 잡은 귀환동포들이 사는 곳이었다. 굳이 ‘골’이라고 칭하기도 머쓱하리만치 예닐곱 집이 좁은 오솔길을 기준으로 나란히 붙어 있었다.

시골집들이야 그 구조가 거기서 거기이지만 보통 각 집안의 화장실은 가장 깊숙한 곳에 구겨지듯 박혀있었는데 ‘귀환동포’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길을 향해서 화장실을 나란히 지어 놓았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나란히, 나란히’ 노래를 부를때마다 있지도 않은 3절로 ‘귀환동포 똥구시(화장실)가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라고 약간 비하해서 부르기도 했다. 혹자가 듣기엔 ‘무에 별거라고’할 수 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금은 어디에서 사는지도 모르게 뿔뿔이 흩어지고 또 먼지가 된 그네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주 든다.

어제저녁 좋아하는 드라마(시대극)를 보다가 가슴이 아파왔다. 일본 식민지시절 모두가 ‘대일본제국’의 신민들이라는 명목으로 곡식이며, 광물, 심지어 사람까지도 조선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은 일본의 전쟁을 위해 쓰여지던 시절이었다. 일제의 무자비한 수탈정책 중 가장 극에 달한 것이 바로 ‘군 위안부 제도’가 아닐까?

드라마의 내용은 위안부를 모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는데 일본군은 성병예방 및 일본군사의 사기진작을 목적으로 15살 전후의 건강한 조선소녀들을 속여서, 혹은 마구잡이로 잡아가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 과정에서 일본군은 소녀들을 ‘군수품’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사람을 ‘군수품’이라고 칭하는 일본의 인식은 광복 67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꽃다운 소녀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짓밟고도 사과는커녕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모습, 위안부 소년상 옆에 말뚝을 박는 그들의 모습이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국내에 현재 생존해 있는 할머니들은 60명이라고 한다. 이들 또한 대부분 연로하셔서 언제 운명을 달리하실지 모를 일이다. 이즈음 나는 할머니들에게 이 나라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사과하지 않는 일본은 그대로 정말 분노할 대상이지만 할머니들의 조국인 대한민국은, 그래서 치욕과 아픔을 무릅쓰고 찾아온 이 땅은, 그리고 우리는 과연 그녀들에게 진정한 안식처가 될 수 있었을까?

혹시 또 다른 동네의 ‘귀환동포골’에 얼기설기 지어진 집에서 그들을 비하하는 노래(이야기)를 아프게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샘터 김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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