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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 샘터는 수련회를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함께 포구에서 정월대보름을 맞는 기분도 참으로 좋더군요^^
저에게는, 달을 보니 얼굴 동그란 희영언니를 보는 것 같아
그리움이 다시 솟아나는 밤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1주기가 다가오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희영언니의 지인들과 함께 추도예배를 하려고 합니다.
손은정 목사님이 고인을 추도하는 예배를 인도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지난 1년 늘 희영언니를 함께 추억해주시고, 또 저를 늘 보듬어주신
성문밖 가족들께 감사드립니다. 추도예배때도 많이많이 와주세요^^


*******************************************************
故원희영 1주기 추도식 안내

추도식은 고인이 아플 때 진정 의지하였던 정든 곳에서
간소한 추도예배로 진행합니다.

언니는 아픈 중이지만 열심히 마가복음을 읽고 예수의 삶을 궁금해 하며
세례를 준비했었습니다.

잘 나오지 않는 말이었지만,
하나님 품에 안기고 싶다고 이야기한 희영언니의 뜻에 따라
추도예배를 드립니다.

원희영을 기억하고 여전히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봄의 시작,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일시 : 2010년 3월 12일 (금) 저녁 7시 30분
장소 : 성문밖교회 2층 큰사랑방

*******************************************************

아래는 1주기를 기다리며 카페 회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이경이에요.
잘 지내세요? 건강하시죠?

이제 1년이 다 되어가요.
희영언니가 우리 곁을 떠난지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그동안 이 곳에 들어오는 것이 좀 힘들고 그랬어요.
사실 좀 이상했어요.
제가 8개월가까이 좀 징글징글할 정도로 옆에 붙어있었어서 그런가^^;

그동안 정떼는 시간이었는지,
생각보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고 신기할정도로 즐겁게 잘지냈어요.

그러다가도 꽤 오랫동안 별별 꿈을 다꿨어요.
한동안은 아프기 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와 즐겁게 노는 꿈을 꾸다가,
아프다고 하여 발만 동동 구르며 뛰어다니다가,
또 오늘내일 하는데 내가 치료를 잘못 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죽었다는데 눈 앞에서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계속 언니가 투병중인데,
제가 1년 동안 3번 밖에 언니를 방문하지 않는 꿈을 꾸기도 하고,
희영언니를 주제로 한 꿈은 종류별로 다 꾼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친구들이 준 희영언니 송년회 동영상을 보지 않았어요.
그건 좀 아직 보기가 어렵고요.
사진은 이제 잘 봐요. 사진은 애초부터 편하게 봤어요.
이제는 자세히 뜯어보기도 해요.
손모양. 입모양, 눈빛, 다 예전 생각을 하게 하네요.

뇌종양때문에 손 놀림도 자유롭지 않아서,
작년 세례받을 때 사진을 봤는데 그런 느낌이 아직 생생해요.

사람이 살아있다는 건 뭘까요?

저는 얼마전에 언니의 유품인 옷가지 몇 개,
주로는 머리에 쓰고 있던 두건에서
짧은 머리카락을 몇 개 발견하고는 아직 그걸 빨지 않았어요.

그 머리카락은 산 걸까요, 죽은걸까요. 우습지만 그런 생각도 해보았어요.

지난 1년은 그냥 내키는대로 지냈어요.
되도록 재밌게 지내려고 했고 80%쯤은 성공한것 같아요.

저는 문득문득 이유없이 울기도 해요.
아마 제가 살면서 또 많은 이들을 만나고 하겠지만
아마 희영언니는 다시 만나지 못하겠지요.
그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참 울고 싶어져요.

꼭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는 아니에요. 슬픔은 애초에 벗어났죠.
다만 사람은 삶의 어느 순간에,
순간적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감정을 울음으로 표현하게되는거지요.

그래서 저는 요즘 하나님을 열심히 믿어요.
교회도 열심히 나가요.
저는 산자와 죽은자가 다시 만나는 그 날을 믿어요.
부활을 꿈꾸며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제 믿음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꼭 그것을 믿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반쯤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믿어요.

이 카페에 1년만에 글을 쓰네요.
저도 돌보지 않았고, 가끔 언니를 그리는 이들이 들어왔다 나가셨겠죠.
사실 그 동안은 이 카페에 들어오기도 좀 힘들었어요.
언니가 3월 12일에 갔는데,
불과 3일전에 제가 올린 글은 바보같이도
무슨 치료얘기 약얘기만 잔뜩 써놓았는지.
이 곳은 제 일기장 같은 곳이기도 했고, 많이 힘을 얻고 지탱한 곳이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려요.
진심으로요.
1년간 제 살기 바빠서 연락도 잘 못드리고 죄송하게 생각해요.

이런 날이 언제 오려나 했는데,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네요.
벌써 1년이에요.

그래서 1주기 추도를 위한 모임을 가질까 해요.
뭘 딱히 대단히 준비하는 것은 없어요.
사실 저는 여전히 희영언니가 어디에 뿌려졌는지, 묻혔는지도 모르거든요.
다만 알겠지요.
제가 찾을 수 없어 못 찾아갔다는 것을 희영언니는 알겠지요?

세상에는 참으로 영문을 모를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제가 여전히 혹은 앞으로도,
희영언니가 세상 마지막 묻힌 곳을 모르는 것도
말로는 설명안되는 일중 하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다면,
그냥 제 있는 곳에서 어디서건 희영언니를 추도하려고 합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당장 오시지 못하더라도 마음 속으로는 그날 모두 희영언니를 추억해주세요.
그리고 오실 수 있다면 꼭 한달음에 와주세요.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왔던 친구, 동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원희영을 위해 함께 모여주세요.

감사합니다. 모든 분.

곽이경 올림
  • ?
    고성기 2010.03.02 19:09
    원희영자매님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도 아픈 시간들이었겠다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아픈 시간들 아마 많은 용기를 가졌을 겁니다.
    또 이렇게 추모예배를 준비하니
    아름다운 마음들이 보기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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