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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영화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디비디로 또 봤습니다.
버전이 두 개네요^^ 이번 저희 센터 월간지에 실을 글로 쓴 것입니다.
어쨌든 산선을 밥먹듯 드나들고 성문밖 교인인 저로써는
감동이 두배였던 다큐라서 함 올려봅니다.... 영화평^^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우리, 다음 세대에는 희망을 물려주자”
-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를 보고 씁니다.

금요일 저녁,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성미산 마을 극장으로 향했다. 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하는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를 보기 위해서였다. 우리 사무실 근처에 있는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실제로 밥 먹듯 드나드는 내게, 50주년을 맞아 산선이 제작한 이 영화는 꼭 봐야할 1순위였다고 할까.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는 70년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효순씨”와 2007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랜드 파업을 이끈 “윤경씨”, 두 여성 노동자의 시대를 관통한 조우에 대한 이야기다.

“도시산업선교회라는 곳이 있었어요. 한자도 가르쳐준다 하고, 노동법 소모임도 했는데, 거기 가서 들어보니까 딴 세상이 있는 거에요. 내가 사람 사는게 아니고 딴 세상이 있었어요”

대일화학 노동자였던 효순씨는 당시 도시산업선교회를 통해 딴 세상을 만났다한다. 당시 산선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효순씨 같은 여성 노동자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고, 그런 영등포산선은 그녀들의 안식처였으며, 함께 어깨 걸고 싸우는 동지이자 든든한 울타리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윤경씨는 대학졸업 후 신앙을 따라 기독교기업 이랜드에 입사하여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왔다. 하지만 2007년 비정규악법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동지들과 함께 회사와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투쟁을 시작하고, 싸우고 끌려가고 다시 거리로 나오기를 반복한다. 노조를 만들기 전 노사협의회가 잘 안되자 새로운 모색을 위해 윤경씨가 찾아간 곳이 산선이었다. 거기서 그녀는 노동교실에 참여했다. 이런 인연으로 산선도 이랜드 노동자들을 도와 기독교 기업이 비정규악법을 악용하는 잘못을 교계와 사회에 알리고 투쟁에 연대하고 지원했다. 7.80년대 직접 노동자들을 조직해온 산선에서, 현재 운동을 지원, 연대하는 산선으로 그 성격은 변모했지만, 산선 50년 속에서 여전히 노동자들은 이 곳에서 만나고 있다.

70년대 공순이들도 경찰에게 폭행당하고 길거리에 나뒹굴며 울부짖고, 2000년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도 수없이 뜯겨나가면서도 “우리는 일하고 싶다”며 울부짖는다. 이 모습이 참 닮아있다. 아, 영화에서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보여주듯 수 십 년을 관통하여 그녀들은 꼭 닮은 자매와 같은 모습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효순씨는 윤경씨를 만나러 용산으로 향한다. 이랜드노조 후원주점이 열리는 날이다. 시끌벅적한 속에서 효순씨와 윤경씨가 웃는 얼굴로 마주 앉았다. 둘은 매우 닮았다. 열심히 투쟁하다가 해고당한 여성 노동자이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우리가 견뎠던 것은, 우리가 이걸 겪어내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다고해서 견뎠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으니 너무 미안해. 우리가 더 열심히 싸우지 못해서 지금 이랜드 후배들이 이렇게 고생하는게 아닌가 하고...”
효순씨는 윤경씨와 여성노동자 후배들에게 참 미안해한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딸들에게 남겨주지 않기 위해 싸웁니다. 비정규직이 당연시되고 비정규직의 삶은 더 어려워지고... 능력이 좀 떨어져서 비정규직이 된 사람들의 문제,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문제입니다.”
윤경씨의 희망도 다음 세대를 향하고 있다.

아, 그렇구나. 이것이 닮았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고도 소모품처럼 여겨지고 대우 받지 못하는 것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면, 동시에 다음 세대에는 이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싸우는 그녀들의 희망도 참 닮아 있다. 그 점이 참 멋지다.

“하청에 하청, 밑으로 내려오다보면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소득이 적어.”

효순씨는 지금 소규모 가내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지갑을 만든다. 효순씨는 함께 일하는 성실하고 꼼꼼하고 늘 열심인 이 사람들에게 감동받지만 정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려가다 보면 내려갈수록 진짜가 있어, 진국이 있어. 난 그걸 체험했어.”
산선의 초대 총무인 조지송 목사님의 말씀은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

비정규직이 850만명이라고 한다. 그 중 여성노동자들이 70%를 차지한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이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는 생각, 70년대 우리 언니들의 “공순이들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만들어간다”는 빛나는 외침이 절실한 순간이다.

효순씨, 윤경씨가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다음 세대에는 희망을 물려주자.”

+ 추신
이 영화에 이어서 상영한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 바로 故김천석 감독의 “우리는 쓰다버리는 일회용소모품이 아니다”. 기륭 노동자들의 5년간의 기막힌 투쟁기를 고스란히 기록한 이 영화는 주말 밤 내 가슴을 한없이 먹먹케 만들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으려 했던 감독의 진심과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기륭 노동자들의 강직한 눈빛이 기억에 남는 영화다. 답답하고 쓰리지만 아름다운 영화,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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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쥐회 2009.06.17 09:57
    다람쥐로 퍼갑니다.... 역시 언니는 정리의 달인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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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은정 2009.06.17 11:56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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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도사 2009.06.19 17:55
    영화를 보신 분이 송효순 집사님이 멋있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자랑스럽게 우리교회 다니신다고 말씀드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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