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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57381 흥희야, 소연아!

오늘 너희 둘이 57일 째 단식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나는 할 말을 잊었단다.

지난 5월엔가 이선생님과 함께 농성 현장인 기륭전자 앞에 가서 너희들을 보고 같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고 왔지.

그러고 나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고 달려가 보지 못했단다.

또, 개봉역 근처 철탑에서 이어진 고공농성을 할 때도 얼굴 한 번 내밀지 못했구나.

정말로 처절한 고공농성에도 회사와 정치권은 너희들을 또 다시 기만하여,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으로 너희들을 내 몰았구나....

그래서, 오늘은 너희들이 생명을 내놓은 57일째 날이란다.

오늘에서야 너희들의 선생이라는 내가, 너희들과 동지라는 내가 찾아 보았으니....

정말 할 말이 없구나.....



며칠전 소연이에게 전화로 말했지....

소연아, 내가 우리학교 선생님들 몇 분을 기륭전자 후원자로 가입 시켰고,

정화여상 동문들에게도 후원하도록 권했다고 내 깐에는 자랑스럽게 너에게 얘기하고...

널 찾아 보겠다고 약속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지....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내가 얼마나 웃기는 선생작자였던지....

생명줄을 놓겠다고 곡기를 끊은 지 50일이 다된 제자들에게

겨우 한다는 소리가 후원회원 어쩌구 저쩌구.......

아, 소연아 흥희야! 이게 너희들의 선생의 초라한 모습이란다.



너희들이 어떤 학생이었니?

나는 모른단다. 나는 너희들을 직접 수업 시간에 가르치진 않았잖니.

또, 1987년 11월 3일 밤부터 시작된 정화여상 민주화 투쟁 시기의 너희들의 모습도 그리 선하지는 않구나.

그 시기에도 나는 너희들을 하나 하나 애정을 가지고 대하지 못했던 것 같구나. 그 때, 내 나이가 29이었구나.

사회 민주화 교육 민주화란 목표만 가지고 너희들을 내 몰았던 것 같구나...

그 때, 우리는 그 당시 해직 선생님들이 쓴 "내가 두고 떠나온 아이들에게"란 책을

거의 전교생들이 한 권씩 구해서 읽었지. 너희들은 그 책을 체험을 통해서 이해하고,

너희들은 더 넓은 세상을 더 깊게 보았고, 그 배움을, 그 깨달음을  가장 치열하게 실천하는 삶을 지금 살아가고 있구나.

그래서, 이제는 너희들의 얼치기 선생이 너희들에게 다시 배우고 있구나.

너희가 이 얼치기 선생의 스승이 되었구나.



이 얼치기 선생은 KTX 승무원들이, 이랜드 노동자들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칙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농성하고, 생명을 건 단식을 할 때,

마음을 다하여 그들을 지원하지 못했단다.

흥희와 소연이가

내 제자가

1000일 농성 한다는 소리에 벌써 1000일이나 되었어?

시청앞 광장에서 고공농성한다는 소리에 이걸 어쩌나 하고 발만 동동 굴렀지.

개봉역 철탑에서 고공시위한다는 소식에 마음만 아퍼했지.

단식 30일 40일 50일 째라는 말에 기껏 후원자가 몇명 모았다고 자랑스레 전화했지.



생명을 건 단식 57일째 오늘, 기륭전자 앞,

촛불문화제에서 까만 관이 너희가 불법으로 점거헀다는 농성장으로 올라가던 날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단다.

너희들의 생명이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앞에선 작은 촛불이라는 것을

문화제가 끝나고 너희들을 보러 사다리를 올라 가는 동안

나는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조심 조심하는 나를 보았단다.

떨어져도 죽지 않을 사다리에서 조심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이겠지.

바늘에 조금 찔리는 것도 살 떨려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그런데, 너희들은 온 몸을, 온 생명을 비정규직 투쟁에 기꺼이 바치겠다고 하는구나.

나는 99년에 9월에 복직한 이후로 제대로 교사 노릇을 하지 않았단다.

내 과목인 영어만 열심히 가르친다고 선생노릇을 다 한 것이 아니잖니?

영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고 사회에 나가면 학생들의 삶이 행복해 질 것을 보장한다는 듯이

학생들을 몰아 세우듯이 가르쳤단다.

모두가 다 열심히 한다고 1등이,  1등급이,  상위권에 드는 것은 아니잖니?

모두가 다 학과 공부에, 영어에 흥미와 적성이 있는 것도 아니잖니?

누군가는 2등부터 꼴찌까지 채워야 하고,

누군가는 2등급부터 10등급까지 메꿔야하고,

누군가는 중위권과 하위권에 들어가야 하지 않니?



모두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삼성, 현대의 정규직 직원이 될 수 없는 것이 사실임에 틀림 없지.

누군가는 시내버스와 관광버스를 운전해야지. 누군가는 식당에서 서빙도 해야지. 누군가는 거리 청소도 해야지.

삼성현대직원이던, 버스 택시 기사던, 홀 서빙하던, 거리 청소를 하던

이들은 모두가 노동자가 아니니?



나한테 배운 학생들이 거의 모두가 노동자가 될 터인데,

또,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되었고, 그나마도 자리가 없어 태반이 넘는 숫자가 백수로 지내고 있는 현실에서

나는 영어 교사로서, 영어만 열심히 하면 고등학교 가서 대학 졸업하고 좋은 직장 얻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처럼 가르쳤단다.

이 얼마나 거짓된 교사이냐.

사회 시스템을 바꾸기 전에는 내 학생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영위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 가고 있고

또 앞으로 살아 갈 텐데....

나는 아이들을 결과적으로 기만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일개 교사에 불과했구나.

너희들 앞에 놓인 관을 보고, 흘러 내리는 아픔을 애써 감추며 흥희, 소연이 너희들을 오늘 보았단다.

그 모습에서 나는 깨달았단다. 나의 제자들이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폭우 속에서 비정규직의 절규를 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영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노동을 가르칠 것이다.

나는 영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철폐의 당위성을 가르칠 것이다.

나는 영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학생들도 행복한 학생 시절을 보내고, 사회에 나가서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헌법에 보장 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칠 것이다.

나는 영어를 통해서 놀웨이 오슬로의 버스기사는 대학교수인 박노자씨보다 연봉을 조금 더 받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소연아 흥희야!

너희는 이제 나의 동지에서 스승이 되었구나. 나에게 진정한 교사는 어때야 되는지 가르침을 주었구나.



그런데, 소연아! 흥희야!

내가 너희에게 힘내라는 소리를 못하겠구나.

그 말은 너희를 죽으라는 소리야....



너희들의 뜻을 몰라서는 아니란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소리질러도,

여린 여성들이 고공 농성을 해도,

심지어는 생명을 건 단식을 열흘, 스무날, 30일, 40일, 50일을 하여도

세상 사람들은 귀를 막고 있으니

너희들의 목숨을 가져야만, 너희들의 진실을 조금이나마 알아줄 세상이기에

너희가 57일째 곡기를 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은 안된다.

이제, 너희들과 정화여상민주화 투쟁을 함께한 이 얼치기 교사가 너희의 진정한 동지가 되겠다고 약속을 하마.

그 때 투쟁을 함께한 너희 선배 언니들도 있잖니.

그 때 함께 투쟁한 이 얼치기인 나 말고도 훌륭한 선생님들이 함께 할 것이다.

또, 수 많은 사람들이 너희의 투쟁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깨달아서 너희와 함께 하고 있잖니.

이제, 정말  살아서 동지가 되어서 같이 싸우자.

난 너희들 시집도 보내고 싶단다.

내가 천둥번개치고 폭풍우 속에서 같이 비를 맞으며 함께 갈 것을 약속하마.



2008.8.6  

생명을 건 단식 57일째 너희들의 얼치기 선생이
[출처] 나를 일깨워 주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 소연이와 흥희에게 (기륭전자분회) |작성자 justice1958


* 기륭 홈피에서 퍼왔습니다. 1000일이 넘어서는 기륭투쟁, 60일이 되어가는 단식투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네요. 가슴이 아픕니다. 아고라에 서명있습니다. 할수 있는 일들이 이정도 밖에 없어서 더욱 가슴 아픕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5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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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희망 2008.08.11 21:36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갑갑해져옵니다. MB정부시작부터 예민해진 어느 한 가슴은, 어느 새 희망보다 절망을 느끼고 있으니, ...서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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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내 2008.08.17 22:06
    기륭전자... 이랜드... 더 자주 찾아보고 싶은데, 그게 쉽게 안되네요! 단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심을 다해 기도해봅니다. 성문밖교회의 가족같이 드리는 예배가 벌써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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