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녀석들???

by 고성기 posted Jul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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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일 옥상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자리 잡은 검은 깃털의 꼬순이(아이들이 지어준 이름)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 같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고추를 따고 계신 장집사님과 꼬순이를 보며
염려하면서 대책으로 늦게 옥상에 들어 온 녀석들과
격리 시키기로 했습니다.

날개를 잡으니 힘없이 잡히는 것이 영 불안했습니다.
일단 격리된 꼬순이에게 모이와 물을 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마당으로 내려왔다 혹시 모를 공격을 막기 위해
격리된 꼬순이의 울타리 지붕을 덮어 주려 포대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순간
"헉"
두 다리를 힘 없이 쭉 펴고 늘어져 있는 꼬순이.
넣어준 사료를 허겁지겁 먹은 흔적이...
꼬순이 부리에 묻어난 사료 자국...
분명 아사직전의 꼬순이는 먹이를 너무 급하게 먹으며 급사하지 않았나하는
추측과 함께 조심스레 꼬순이의 호흡없는 몸을 들고 내려갔습니다.

짧은 기간 꼬순이에게 정준 장집사님은 안타까워 어쩔줄 모르고...
은행나무 옆 화단에 꼬순이의 무덤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장집사님과 화단을 적당히 파고...
짧은 생을 살다 성문밖과 인연 맺은
꼬순이는 그렇게 이별했습니다.

두 마리 신참들의 음식에 대한 거센 집착이 만들어낸 비극이었습니다.
옥상이 비교적 넓어 그리 염려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닭들의 조화롭지 못한 삶이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일 겁니다.
먹이는 작은 닭 세 마리가 먹기에 충분하였지만
두 마리(육계종)의 폭력은 깃털 색이 다른 닭이 아사할 정도까지 계속 되었던 것입니다.

무서운 녀석들.
오늘 아침 옥상에 올라가 두 마리녀석에게 먹이는 주며 드는 생각입니다.
우리 인생사에도 혹시 무서운 녀석들이.....
피둥피둥 살찌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혹시 무서운 녀석들 사이에서
굶주린 인생들이 힘겨워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입니다.
분명 있는데 단지 외면하고 있을 뿐....

함께 잘 살자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금 덜 먹고 덜 입고 ...
서로 기대어 의지하고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인데
자신의 욕심따라 살다보면 함께 죽는 세상인데...

태풍 카눈은 우리의 삶을 훑으며 지나가고
무서운 녀석들의 욕심도 가져가 버렸으면 합니다.
그래서 한 숨 자고 나면 새로운 사람되어 함께 잘 살기를
추구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래봅니다.

무서운 녀석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용감한 녀석들의 화끈한 외침 한 번 기다려 봅니다.

"꼬끼~~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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