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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경사가 급했고, 오불꼬불 구절양장이었다. 자드락 길을 오르다가 힘들면 돌아서서 달빛 깔린 강물을 내려다보곤 했다. 강물이 불을 훤히 밝히고 있었다. (.........) 수종사 일주문에 들어섰을 때는 달이 중천에 올라 있었다. 어머니의 품속에 들어선 것처럼 분위기가 포근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작품‘초의’에 초의선사가 달빛을 받으며 수종사를 오르는 부분을 묘사한 부분 이다. 초의선사는 다산 정약용선생이 전라도 강진에서 18년의 유배생활 중에 만난 다산과 깊은 교분을 나눌 정도로 도와 학문이 깊은 선승으로 소설은 묘사하고 있다. 그는 시와 글씨와 그림의 달인 삼절로서 차와 선을 통하여 선비들과 벼슬아치들을 제도한 실사구시의 실학 선승 이었다고 한다. 정약용의 아들들 학연과 학유, 추사 김정희, 그의 동생 명희, 해거도인 홍현주와도 벗으로 깊은 교우관계 가졌다고 한다. 언제나 그리움으로 마음에 자리하던 벗들과의 만남을 위해 해남에서부터 남양주까지 이레 만에 도착한 지친 걸음으로 운길산 중턱의 수종사로 올라가는 바로 그 장면이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초의의 한 걸음 한걸음이 벗들을 향한 그리움 이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에 깊은 감동이 종소리처럼 울려 나온다. 타인을 향한 그리움이 점점 메말라가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수종사는 운길산(해발 610미터)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소설에서 묘사된 대로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어찌하다보니 이곳도 여러 차례 가 보았던 것 같다. 그 구불구불한 가파른 길을 약 50분 정도 올라가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신선한 숲속의 공기를 매연으로 더럽히며 차를 타고 휭하니 오른다. 그런 차량의 행렬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뿌려진다. ‘저런 멋대가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서 나는 차를 산 아래에 두고 시멘트로 포장된 길보다는 길 옆 숲속에 숨어있는 오솔길을 오른다. 이 길이 제법 오르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하여 수종사의 일주문에 도착하면 도무지 절이 있을 곳 같지 않는 곳에 절이 있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일 뿐,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절 마당에 도착하면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한강의 전경이 가히 절경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합수하는 두물 머리가 시원히 내려다보인다. 이런 절경을 볼 수 있는 절은 한국에서 이곳 수종사 뿐이리라. 지금은 온갖 건축 구조물들이 한강변을 잠식하고 있지만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 구조물들을 다 제거하고 내려다보라. ‘강은 흐르는 것이기에 저렇게 아름다운 것을...’ 이라고 새삼 경탄케 될 것이며 막혔던 가슴이 순식간에 확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곳에 수령 500년이 넘은 은행 한그루가 우람한 자태로 서있는데 이 또한 가을에는 볼만할 것이다. 이것저것 둘러보았으면 시(詩)와 선(禪)과 다(茶)가 하나라는 삼정헌이라는 경내의 찻집에 들러 그윽한 차 향기를 깊이 마시면서 창 너머의 한강을 내려다보라. 속세의 온갖 번뇌로 찌들고 상처로 찢긴 마음에 다시 고요가 깃들게 되며 그 순간 시(詩) 한수가 절로 뿜어져 나올 것이다.‘참! 인심 좋게도~’ 맨발인 자에게는 흰 양말을 주고 찻값도 받지 않는다. 마음이 허락하는 방문객은 시주로 대신하면 된다. 물론 입장료도 없다. 그러하니 이런 보시만으로도 방문객은 마음의 여유를 한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조선조 말엽의 실사구시의 진리를 추구하던 시인묵객들이 수종사를 자주 찾아 차를 즐겼다고 한다. 초의, 다산과 그의 아들들, 해거도인, 추사같은 이들이 그들이다.

경기침체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져서 모두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정작 힘든 사람들은 이 땅의 경제를 책임지는 책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유사 이래로 제대로된 대접한번 받아 본 적이 없는 노동자, 농민 등 서민 들이다. 가진 자들이야 이리저리 빠져나갈 궁리 다 해 놓았을 터이지만, 두 손에 제대로 쥔 것 없는 가진 것 없는 자들이 문제인 것이다. 오늘날처럼 우리네 삶이 팍팍할 때는‘만산홍엽이 어쩌고...’하는 가을이 왔다고 소리쳐보았자 제대로 된 풍경조차 쳐다보지도 못하고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러모로 어려운 때 일수록 깊은 사색과 한발 물러섬의 여유가 절실한 것 또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여행은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멀리가야만 맛이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의 여유 그것 하나면 족하다. 그런 사정 때문이 아니라도 수종사는 가볼만 한 곳이다.

수종사는 영등포에서 차로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잘 아시는대로 한강변과 북한강변을 달리는 코스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진 곳이다. 또한 지금은 가을 아니겠는가!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동치미국수집이나 기와집순두부 집에 들러서 두부요리를 맛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가격도 5천원이면 해결된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 여유가 있다면 두부 김치에 동동주 한사발을 들키는 것도 감칠 맛일 것이다.

아! 가을이다. 나는 또 수종사에 가고 자프다.
그대들도 홀로, 또는 사랑하는 연인이나 벗들과 한번 쯤 다녀오시라.

가는 길 : [서울-남양주]

올림픽대로-미사리-팔당대교-6번국도(양수리방향)-양수대교앞(45번국도, 대성리종합촬영소 방향)-검문소 앞- 송촌리에서 우회전-금남교(신당재)-수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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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은정 2008.11.04 11:25


    목사님은 여행목회를 하시면 딱 좋겠네요..여행교회를 개척하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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