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7 12:32

어제와 오늘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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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구름이 아침부터 끼더니
하루종일 하늘을 덮고 있었습니다.
화성에 살고 있는 매형이 치골에 염증이 심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기에 문안을 드리기 위해 천안에 잠시 내려갔었습니다.

도중에 슬픈 소식이 하나가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춘천에서 전임전도사와 부목사로 사역하는 동안 함께 했던 집사님께
떨리는 문자가 온 것입니다.
22살 아들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입니다.
갓난아기 때 뇌수막염으로 생사를 오가며 고생했다고 들었었는데...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의 너무나 순진한 모습을 불안해 했었습니다.
아들이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회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던
아버지였고 아들을 위해 늘 기도하던 아버지였기에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은 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겁니다.
너무나 착한 아버지인데 아직 피지 못한 아들의 싸늘한 몸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나 가녀린 모습을 많이도 봤었는데.... 어머니는 아들이 해외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선교사가 되기를 언제나 기도했었습니다.
늘 여린 순처럼 지내던 아들이 대학도 가고 군에도 갔었습니다. 생활은 많이 여렸지만 그래도 젊은이 티가 제법 나는 모습을 얼마 전에도 보았습니다. 그러던 그의 안타까운 소식이 그렇게 애타하던 아버지의 떨리는 손가락 끝을 타고 온 것입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어제였습니다.

솔직히 춘천에 내려가 아버지 집사님의 모습을 바라 볼 용기가
많이 나지 않습니다. 그 마음에 너무나 큰 슬픔의 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슬픈 문자를 받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이젠 아내입니다. 일하고 있는 아내는 전화를 어지간히 해서는 잘 안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용건이 있을 때만 하는지라 전화 받기를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역시나 아내의 목소리는 염려와 놀램이 섞여 있었습니다.
아들녀석이 방과후학교를 끝내고 친구들과 놀다 골목길에서 승용차에
치였다는 것입니다. 사고 당사자에게 전화를 받았보니 괜찮다고는 했대지만
놀랜 가슴은 쉬 가라앉지 않았나 봅니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들려오는 소식들은 안타까움과 놀램의 연속이었습니다.
방과후가 끝나고 이모가 집에 데려가기로 했기에
급하게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 아들의 목소리는 그리 염려될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아들의 태도에는 무안함과 미안함, 놀램과 당황함이 묻어 났습니다.
괜찮냐는 말에 자신을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치는 아들이 웃기기도 했지만 더 염려스러웠습니다. 혹시 아파도 말을 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괜시리 걱정이었습니다. 사고 난 상황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뭐 슈퍼맨이라도 된 듯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22살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간 아들과 경미하지만 놀래킨 아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았습니다. 어제의 하늘은 왠지 구름이 걷힐 것 같지 않았습니다.

어제 저녁 늦게는 오산에 신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목사님이
교회를 새로 시작하였다기에 올라오는 길에 들렸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 30분, 오랜만에 만난 벗이라 헤어지기 싫었나 봅니다. 교회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다 되었는데 그제서야 저녁을 먹지 못했다고 숟가락을 들고 참치 김치찌개에 게 눈 감추 듯 밥 한공기를 비웠습니다.
밥이나 제대로 먹고 하라며 잔소리를 해댔지만
마음은 더 무거웠습니다. 뭐 하나님 나라를 위해 시작한다는 생각에
위로삼아 보지만 딸린 식구가 셋이나 되니 .... 10년 전 소주 한병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던 벗이었습니다. 그러다 간 수치가 높아져 죽을똥 살똥 하며 건디다 은혜로 살아나 형수님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데 ... 장모님은 군산 어느교회 권사님으로 딸과 사위의 교회개척 소리에 너무 염려하여 심장근육이 끊어져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연세도 87세인데 수술을 받는다니...

장모님이 사위 참 밉겠다고 농을 던졌지만 왠지 어머니의 사랑이 제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졌습니다. 염려시킨 건 불효인데 그 안에 있는 왠지 침범 할 수 없는 엄마의 사랑이 들어 있는 듯 하는...

어제는 다 역사에 묻히고
오늘 아침 하늘은 푸른 하늘과 오월 햇볕이 내리쬐었습니다.
어제의 슬픔과 놀램이 어느정도 진정 되었지만 인생의 먹구름은
제가 싫든 좋든 언제나 찾아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수께서 왜 그리 십자가 지기를 두려워하고 거부하셨는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삼 온 몸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여전히 젊은 나이에 먼저 사랑과 생명이신 하나님과 하나가 된 아들을
보낸 아버지의 슬픔은 남아 있고
차와 부딪친 아들의 아주 약간 아픈 느낌이 있는 무릎에 대한 염려도 사라지지 않았고
소 공동체를 이제 새롭게 시작한
벗의 땀과 기도도 계속될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특별하게 변한게 없지만
오늘 하늘은 어제 하늘과 다르게 보입니다.
내일 하늘은 아무도 모르기에
오늘 하늘을 감사하며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혹 그 순간이
십자가와 같은 아픔과 죽음의 순간이라 할지라도
예수처럼 하늘을 향해 신뢰의 눈빛과 언어를 가지고 살아야겠습니다.
  • ?
    파란바람 2011.05.27 22:19
    정말 가슴아픈 많은 일들이 있으셨군요..그저 마음을 쓸어내리면서 기도합니다.
  • ?
    고성기 2011.05.27 22:29
    감사합니다.
    명휘라는 젊은 형제는 오늘 아침 발인 했답니다.
    홍천의 추모관에 들러 기도하고 왔는데 그래도 가슴 짠하게
    남네요. 가족들의 슬픔이 너무 크다고 전해지는데
    그저 가슴 아프게 기다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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