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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밖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희망의 이름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자 ‘정교분리’를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기사거리가 되는 요즘입니다. 그 정도로 요즘 교회는 국민들에게 ‘개독교’로 불리우며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돈에 눈멀고, 권력에 아첨하다 못 해 스스로 지배자가 되어 사람들 위해 군림하는 기독교. 대통령 장로님 덕분에 기독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욕 많이 먹고 가장 하기 쉬운 풍자거리가 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조찬기도회’만해도 미국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와서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열린 것이 그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CCC총재였던 김준곤 목사가 미국에 다녀온 뒤 1965년부터 이런 조찬기도회를 열었고 1968년부터는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하였죠. 당시 이들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두고 ‘하나님이 이룬 혁명’이라고 칭송하거나, ‘박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기를 바란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정권을 찬양하기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 기도회가 국가행사가되어 ‘국가조찬기도회’로 이름을 바꾸고 43회째를 맞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에 이 곳 영등포에서 또 다른 기독교인들은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볼까요? 1964년에 조지송 목사님이 산업전도 전임목사로 이 곳에 오신 후, 주변 공단의 여성노동자들을 만나고, 교회로 불러 모아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국가로부터 탄압받을 때는 이들을 보호하며 지켰던 것이 도시산업선교회, 지금의 영등포산업선교회였습니다. 거기서 기도드리는 노동자들의 교회로 탄생한 것이 성문밖교회가 되었습니다.

“도시산업선교회라는 곳이 있었어요. 한자도 가르쳐준다 하고, 노동법 소모임도 했는데, 거기 가서 들어보니까 딴 세상이 있는 거에요. 내가 사람 사는게 아니고 딴 세상이 있었어요”

영등포산업선교회 50주년에 제작한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교회의 역사를 잠시나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본 우리 교회 그루터기 집사님들의 증언과 영상은 제게 아직도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시 산선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고, 그런 영등포산선은 그녀들의 안식처였으며, 함께 어깨 걸고 싸우는 동지이자 든든한 울타리였다고 합니다. 저는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 멋진 여성들이 지켜낸 교회에 이렇게 함께 한다는 것이. 함께 떠나는 여행길에서 당시의 엄혹했던 일상사 - 도망다니고 잡혀가고 울부짖던 그 역사 - 가 맛깔나는 입담으로 재생되는 행운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말이죠.  

사실 저는 2005년에 처음 성문밖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그때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반강제로 교회에 다닌 것이 지겨웠고, 지배자들의 종교,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종교가 너무 싫어 교회는 절대 다니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저는 단지 지역운동연대를 모색하러 방문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요? 저는 이미 성문밖교회가 진보운동과 연대하는 교회임을 알고 있었으면서,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 수를 부풀리기에 급급했을 뿐, 성문밖교회가 어떤 신앙을 가지고 운동에 참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2008년 다시 교회에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아픈 사람과 함께였고 이 곳에서 인생의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은 고독함과 그리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제가 그토록 경멸해마지 않았던 ‘신앙’의 힘이었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신앙인으로 다시 이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단지 급진적 사회운동가의 입장에서 성문밖교회가 태어나 지금껏 이 자리를 지켜온 역사를 평가한다면, 종교가 노동자운동에 너무 개입했다거나 하는 식의 건조한 평가를 쉽게 내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신앙인의 관점에서, 그리고 지금 이 곳에서 다시 성문밖교회의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따뜻한 위로의 역사, 고난 속에서도 버팀목이 된 역사,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얼싸안았던 역사, 그렇게 흔들리며 성장해온 역사를 새로이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려가다 보면 내려갈수록 진짜가 있어, 진국이 있어. 난 그걸 체험했어.”

산선의 초대 총무인 조지송 목사님의 말씀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매 순간 새기곤 합니다. 내가 매도했던 기독교, 욕먹어도 싼 기독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신앙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난 그런 ‘개독교인’ 아니라고 자위하는 대신, 그저 말없이 내려가다보면 진짜를 만난다는 믿음으로 한걸음 내딛는 것이 진짜 신앙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그래서 지금 ‘성문밖교회’가 과연 ‘성문밖 사람들’을 위해 ‘완전’하게 존재하고 있는가? 그런 질문에는 ‘그렇다’고 간결하게 대답하기만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자족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난하고, 외면하기에는 고통 받는 이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살아가고 있는가?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부족하고 어리석게 살아가는 우리가 성문 밖을 잊지 않을 때, 조금이라도 예수님께 가까이 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문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치욕을 짊어진 예수님의 진심은,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한 ‘성문밖 사람들’을 기꺼이 끌어안을 교회가 하나쯤은 있어야한다는 실천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문밖교회’는 그런 사람들이 용기 내어 손 내밀기에 참 좋은 이름일 것입니다. 이제 서른 넷이 된 성문밖교회, 그 이름이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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