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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비정규센터 사무실에 앉아있다보면
하루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주로는 일만 열심히 해봤지, 권리찾기는 잘 할 줄 모르는 그런 분들입니다.

어느 날은 50대쯤 되어보이는 부부가 찾아와서 여기가 노동부냐고 묻습니다.
꼬깃꼬깃한 종이를 펼쳐보니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것 같아 길을 알려줬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목소리가 작고 자꾸 눈치를 보십니다.
아무래도 세상에서 무시만 당하며 살아서
노동하는 사람은 굽신거려야 하는 사람인줄로만 아셨던 분들인 것 같아서
최대한 정중하고 친절하게 길을 알려드립니다.

어떤 분은 불쑥 올라와서 노무사좀 만날 수 있냐고 합니다.
억양이 독특해서 명함을 봤더니 대림동 쪽의 조선족 동포였습니다.
산재를 당했는데 회사가 처리를 안해주는 억울한 사연이 있어서 마음이 아프죠.

가끔은 할머니가 물건을 팔러 오십니다.
곽티슈 3개에 만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을 제시하면
사무실에 있는 직원 중 맘 제일 약한 1인이 사게 되죠.
다들 돈이 없지만, 그 만원이 류마티즘 약 사는데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면서요.

비정규센터이다보니 멀리서 비정규직 차별로 억울하게 쫓겨나신 분들도 찾아옵니다.
참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여기 오면 뭔가 될것이라고 희망을 품고 오셨는데 실망하는 기색도 역력하고요...

오늘은 청년  두 명이 갑자기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것 같은 앳된 얼굴인데,
여기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곳을 찾는것이었습니다.
역시 취업알선도 남부고용지원센터로 가야하기에 길을 잘 알려주었습니다.
감사하다며 나가는 그이들 모습에 왠지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청년실업시대에 무사히 괜찮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요?
날씨가 또 너무 춥기에 커피라도 한 잔 타서 보내줄걸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저도 젊은 편이지만, 얼굴과 표정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죠.
센터에 앉아있다보면 이 곳을 찾는 이들은 당연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대체로 절박하고 마음이 급한 이들이다보니 참 힘들어보입니다.

아무리 명바기 정권땜에 힘들다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 같은 사람들이 힘을 내야
작으나마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겠지요?
  • ?
    고성기 2009.12.16 17:12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것.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어떤 인연에게 친절한 웃음 하나 보내고
    커피 먹여 보낼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모여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 ?
    임도사 2009.12.16 17:45
    성문밖이라는 이름이 불릴때마다 정신이 번쩍들곤합니다. 그 이름이 어떤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었을까요? 우리가 샘물하나 파고 목마른 사람 와서 마시도록 바가지를 마련해두면 우리의 그리움도 해갈될까요?
  • ?
    파란바람 2009.12.16 18:37
    이런! 이런~ 글발(?)있는 세 분의 글이 마음을 울리고 홈피를 울립니다^^
  • ?
    이경 2009.12.17 11:42
    우리 교회 분들은 정말 감수성이 풍부하셔서 댓글마저 촉촉하네요. 괜춘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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