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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통상 1~2월은 매우 바쁘게 보냅니다.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로 인해서지요! 여행객들이 갈만한 장소에서는 한국에서 온 선교지 방문자들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인솔자가 처음 보는 선교사인 경우도 있어서 그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일도 가끔 일어납니다. 제가 속한 한아봉사회에도 이번 겨울동안 공식 방문팀이 3팀이 있었고, 잠깐 방문하신 팀들이 NCCK 선교훈련원을 비롯한 몇 분이 더 계셔서, 손님 치레를 하느라고 좀 바빴습니다. 이렇게 손님들을 받고 보면 캄보디아로 참 많이 몰린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저희 한아봉사회야 2명의 선교사가 3~4팀을 받는 것이니 그다지 부담이 되지는 않지만, 어떤 선교사들은 10여팀 이상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선교사 자신의 일상적인 활동이나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팀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때 가이드를 해 준 것에 대해, 또는 선교지에서 수고한다고 수고비 명목으로 현금(헌금아님)을 주고 갑니다. 적게는 300불에서 많게는 1000불이 넘는 돈을 주고 가지요! 과연 그 금액들이 장부에 제대로 기재되어 한국교회에 보고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선교사는 정기후원하는 교회없이 그런 방문팀이 주고 가는 돈으로 생활비를 비롯한 선교사업비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과연 그게 정상적인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저는 선교지 방문팀이 주고 가는 모든 돈을 후원으로 정리하여 생활비에 기재하고는 있습니다만, 가끔은 그런 돈을 비자금으로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한국과 떨어진 선교지에 있으면서 주변국을 여행하는 것은 선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선교지를 비우고 외국(그래봐야 육로로 일주일 다녀오는 것이지만)으로 나가는 것이 왠지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그래서 그런 여행경비는 팀이 주고 가는 현금을 그냥 장부에 수입으로 잡지 말고 쓰고 싶은 유혹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변질된 선교사로 한걸음을 내딛는 길이 될 것이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 한 걸음을 떼려는 유혹을 뿌리칩니다. 한국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기독교사회선교단체의 동료들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가 없지요!
암튼 이런 생각하면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 산상수훈의 말씀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 물질의 유혹을 항상 잘 이겨내는 저와 아내(사실 아내는 물질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어서...)가 될 수 있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것이 미덕이라 교육받으며, 자라면서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자신의 상처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쁨은 함께 할지 몰라도 상처는 함께하지 않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캄보디아의 동화와 민담들을 곰곰이 보면서 캄보디아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살펴본 바에 의하면 업보(업, 카르마)에 대한 의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즉 자신의 어려움은 전생에 자신이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전생을 믿지도 않지만, 전생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현재의 자신이 전생의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힌두교와 불교적 사상을 가진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그 두 존재가 하나라고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자신이 힘들게 살거나 어려운 처지를 당하는 것을 전생의 업으로 받아들이고, 그 업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보다는, 혼자서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깊은 상처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이겠지요.

그런데 제가 일을 시작하면서 이런 의식구조에 대해서 이것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변화시켜야 할 것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인식구조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그것이 캄보디아 사람들의 전통이고 문화라면 그것을 존중해야하고 내가 바성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불교의 카르마에 대해서도 타 종교가 가진 지혜에 대해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더 깊이 연구하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 배워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불교의 카르마교리가 가지고 있는 부정성에 대해 언급한 태국의 승려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톨릭 신부님으로부터 듣고 저의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카르마는 불교의 가장 중요한 교리인 연기설에서 나온 개념이라는데요, 그동안 정통불교는 연기설을 사건의 인과관계로 받아들여 카르마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운명론'적 사고를 갖도록 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태국의 한 승려가 연기설로 인한 운명론이 소승불교 나라들로 하여금 보수적이고 현실의 부조리를 회피하도록 하는 경향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연기설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분의 책을 하나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못 구했습니다. 조만간 구하게 되면 캄보디아에서도 출판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암튼 제가 올해부터 서서히 시작하려고 하는 일은 어린아이들부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동화와 같은 책을 통하여 만드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고, 그 이입된 감정과 그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동화 뒤에 안내를 다는 등의 시도를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독서 지도자 과정 등을 열어 책읽기가 정보를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하도록 하는 장으로 만들어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들이 되도록 하는 작업을 해볼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번역할 좋은 책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이 편지를 받는 분들은 아무쪼록 그런 동화책, 청소년 책, 일반 도서 등을 많이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책을 직접 보내주시면 좋지만, 제목만이라도 알려주시면 다른 분들을 통해서 후원을 받을 수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꼭 꼭 꼭 주변에 알아봐서라도 제가 의도하는 것에 걸맞은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좀 재미있는 일들도 소개하고 글도 잘 읽히도록 쓰면 좋겠는데, 제가 그런 재주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음에는 틈틈이 재미있는 사진도 찍고,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면 그때 그때 써놨다가 잊지 않고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얼마남지 않은 추운 겨울을 나의 온기로 다른 이들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바라면서...

캄보디아에서 오영미, 이성욱 올림

첨부로 뚤슬랭 학살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하나는 감옥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감옥에서 찍은 것이긴 하지만, 모든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조금씩은 가진 타인에 대한 거부와 이기심을 나타내보이는 것 같아 찍은 사진입니다. 타인에 대한 거부와 소통의 거부가 결국은 캄보디아의 대학살과 같은 사건, 용산참사와 같은 사건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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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야 2010.02.21 21:55
    이성욱 선교사님 소식 최근에 접했네. 아무튼 반가우이 이제 결혼두 했구 늦으나마 축하하구 멀리서 나마 성원함세 부디 하시는일 잘 이루 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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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바람 2010.02.23 10:30
    다음번엔 두 분얼굴 포함된 사진도 올려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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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채비빔밥 2010.02.23 13:00
    여긴이제 봄이 오네요.
    날씨도 따뜻하고. 봄에 같이 봄꽃구경하러 갔던 천마산이 생각납니다. 늘 건강하셔요 ~ ^^
  • ?
    고성기 2010.02.23 13:26
    두분 이야기는 종종 듣습니다.
    먼 곳에서 오는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2.25 친구가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으로 선교 떠나는데
    선교님들의 안녕과 사업의 풍성한 은혜를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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