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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평화!

한국은 안녕한지요!

워낙 안녕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보니...

저는 지난 주에 강제철거 위기에 놓인 주민들과 함께 캄보디아의 NGO들과 국외의 NGO들이 함께 모이는 국제 세미나에 참가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철거민 한 분과 NGO 활동가 한 분이 오셔서 세미나에 참가했는데, 저는 통역을 부탁받아서 세미나에 참가했는데요,
거기서 있었던 좀 황당했던 경험 하나!

오전에 세미나를 잘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 프로그램을 한참 진행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통역에 집중하느라 분위기를 잘 파악 못했는데, 갑자기 발표자가 발표를 멈추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뒤늦게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알고 뒤를 돌아다보니, 참가했던 캄보디아 NGO 활동가들, 철거위기에 있는 동네의 주민들이 가방을 싸고, 일어나서 서로 인사하고... 그러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시간을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5시를 넘기고 있더군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인 것이지요.

1996년도에 있었던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96년도에 있었던 내전 때도 그랬답니다. 한창 시가전을 벌이던 군인들이 11시 반이 되니 다들 총 접고 어디론가 가더랍니다. 그래서 아 전투가 끝났나보다 그랬는데, 2시가 되니 다시 오더니 또 싸움질을 하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오후의 전투도 퇴근시간인 5시가 되자 딱 그치더니 또 다들 집으로 돌아가더라는 거지요. 그정도로 캄보디아 사람들은 휴식과 퇴근을 칼같이 지킵니다.

하물며 세미나 정도야... 어수선한 가운데 해외에서 온 참가자들은 분위기가 왜 이러나 어리둥절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그날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다들 황당해했지요. 한국에서 철거민 대표로 참가하신 분은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지 분개하시기도 했구요.

외국에 산다는 것이 다 그렇겠지만, 캄보디아에 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에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공문서를 검정색 볼펜으로 써 갔다가 퇴짜맞고 돌아온 일. 캄보디아는 공문서를 파란펜으로 씁니다.
EMS 받으러 중앙우체국 갔다가 돈 내고 오는 일(받는 사람도 돈을 내나요?).
소포로 받은 박스에 있어야 할 물건이 없어지거나, 소포 속에 들어있던 한국에서 보낸 초콜릿이 반토막만 남아 있고, 거기에 남겨진 선명한 이빨자국을 확인하는 경우.
휴가 다녀오자 집에 있던 물건이 하나도 없어,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이 돈을 요구하여 500불을 줬더니 3일간 휴가를 더 다녀오라는 겁니다. 그렇게 3일을 더 집을 비우고 돌아왔더니 전에 있던 물건들이 그대로 돌아와 있는 경우.
에어컨 나오는 택시비보다 외국인들에게만 특별히 더 비싼 툭툭(오토바이 수레) 가격.
대학생들이 간디나 톨스토이를 모른다는 것.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도 모른다는 것.

아무튼 한국의 상식이 이곳에서는 전혀 상식이 아닌 경우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요.
하지만 그런 것이 또 다른 문화를 가진 곳에 사는 재미이기도 하고, 그런 것을 알아가면서 캄보디아에 대한 더 큰 호기심도 생기기도 하고. 그 다름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또 그런 다음의 원인과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그렇게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그날 주민들이 5시가 되지 다 일어서는 것은 저에게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일 중심적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캄보디아 사람들이 일보다 가족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일거야!’하는 생각도 들고...

참! 요즘은 우기인데요, 캄보디아는 우기 때 하루에 한 번씩 비가 옵니다. 근데 요즘은 그렇게 딱 맞춰서 비가 오지는 않네요. 2-3일에 한 번 오기도 하고... 그전에 하루에 한 번 비가 올 땐 1시간정도 비가 억수같이 왔었는데, 요즘은 비가 뜸하게 오니 한 번 오면 그야말로 억수같이 시간도 더 길게 옵니다.
하루는 밖에 있다가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1시간 정도 비가 오고 그치는 것 같아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지요. 그런데 그치기 시작하던 비가 다시 억수같이 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주요 간선도로도 거의 절반이 무릎까지 물에 차있어서 속도는 안 나고, 자칫 길에 패인 구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넘어지는 것은 둘째 치고, 오토바이 배기구를 통해서 엔진에 물이 들어갈까 봐 조마조마하며 물살을 달린 적이 있습니다. 중간 중간 물 구덩이에 빠진 차들이 엔진에 물이 들어갔는지 길 위에 멈추어서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차는 물 속에 잠긴 중앙분리대를 보지 못하고 들이받은 채 서 있기도 하고... 좀 위험하긴 해도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물속을 달리며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랍니다.  

한국에서 선교사 훈련 받을 때였는데, 가평 산 속에 훈련장소가 있었습니다. 우박이 1시간 가량 쏟아진 적이 있었는데,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에 몰래 빠져나와 밖으로 조심스럽게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혹시 하늘 높이에서 떨어지는 우박은 무게는 얼마 안 되도, 가속도로 인해서 맞으면 죽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손만 살짝 내밀어 맞아봤더니 살짝 아픈 정도더군요. 내 평생에 이런 우박 언제 한 번 맞아보나 싶어 냉큼 온 몸을 던져서 우박을 온 몸으로 맞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얼굴에, 눈 두덩이에, 팔다리에 떨어지는 우박을 누워서 맞는 기분은 그야말로 짱이었답니다.

한국은 장마인가요? 산성비라고 피하지만 마시고, 억수같은 비를 한 번 맞아보면 기분이 사뭇 달라질 겁니다. 그렇다고 감기 들 정도로 맞지는 마시구요.

그럼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캄보디아에서
오영미 이성욱
  • ?
    고성기 2010.07.13 11:03
    캄보디아에서 고민하시며
    사역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더 많은 기도와 관심이 이곳에서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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