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by 한산석 posted Apr 28,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저는 1969년생입니다. 그리고 저의 아버지는 정확하게 저와 서른 살의 차이를 가지는 1939년생입니다. 그리고 저의 할머니는 스무 살 무렵에 아버지를 낳았으니 대충 1919년생이 아닐까 짐작을 해 봅니다.
일제시대 때 태어나서 26년 정도를 사시다가 해방무렵에서 한국전쟁이 생기는, 그 혼란의 시대를 견뎌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신 분입니다.
아버지가 7살무렵이었을거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정말 미워했습니다. 내 슬픔의 원천은 아버지에게, 부당하게 한 대 얻어 터지고도,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서, 멍든 눈으로 가기는 창피하니, 날계란으로 멍든 눈을 맛싸지하시던 어머니의 그 눈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도 한이 맺히는, 오천년 우리 민족의, 약하디 약한 우리 민족의, 비참한 그 죽음들, 삼십만 대군의 저 짱꼴라 중국놈들이 쳐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죽어야만 했던, 왕의 자식도 비참하게, 바벨론으로 끌려가는 이스라엘민족의 그 비참한 포로생활이 어디 이스라엘민족만의 일이었는가, 우리 민족도 어쩌면 그리도 중국놈들에게 당하고, 저 섬나라 놈들인 니혼징에게 36년의 억압을 견뎌내야 했는지...
침묵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쥐죽은듯 조용히, 힘 쎈 아버지에게 비참하게 얻어 터지던 어머니의 그 아픔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죽이고 싶었습니다. 내 아버지를, 나를 있게 한 그 힘을 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부당한 권위도 나에게는 가증스러운 하나의 거대한 위선일 뿐입니다.
아버지는 다리 하나가 없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아아아, 그러므로 아버지 또한 너무나도 눈물나게 하는 불쌍한 분이었습니다. 애기때 할머니를 일본놈들에게, 아니면 이데올로기의 그 더러운 싸움판에서 힘없이 죽어가야만 했던 어머니를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삶을 살아온 분이었습니다. 침묵의 방에서, 쥐 죽은 듯 조용히, 끽소리 못하던 그 아픔을 묵묵하게 자손 대대로 대물림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약하디 약한 중국틈에서, 양키놈들에게 우리의 평화를 구걸해야만 하는 이 더러운 운명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내 딸의 이름은 별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머언 하늘에서 작지만 촘촘이 박혀 있는 , 수 천 수억의 민중들의 그 맑은 눈망울같은, 얘야 아픔은 내 몸에서 이제 그만 끝났으면 좋겠다. 너에게만은 더 이상의 어떤 폭력도, 억울한 죽음도 없는, 참 평화의 세상에서 니가 맘껏 자라났으면 좋겠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