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8 21:44

대물림

조회 수 2121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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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69년생입니다. 그리고 저의 아버지는 정확하게 저와 서른 살의 차이를 가지는 1939년생입니다. 그리고 저의 할머니는 스무 살 무렵에 아버지를 낳았으니 대충 1919년생이 아닐까 짐작을 해 봅니다.
일제시대 때 태어나서 26년 정도를 사시다가 해방무렵에서 한국전쟁이 생기는, 그 혼란의 시대를 견뎌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신 분입니다.
아버지가 7살무렵이었을거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정말 미워했습니다. 내 슬픔의 원천은 아버지에게, 부당하게 한 대 얻어 터지고도,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서, 멍든 눈으로 가기는 창피하니, 날계란으로 멍든 눈을 맛싸지하시던 어머니의 그 눈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도 한이 맺히는, 오천년 우리 민족의, 약하디 약한 우리 민족의, 비참한 그 죽음들, 삼십만 대군의 저 짱꼴라 중국놈들이 쳐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죽어야만 했던, 왕의 자식도 비참하게, 바벨론으로 끌려가는 이스라엘민족의 그 비참한 포로생활이 어디 이스라엘민족만의 일이었는가, 우리 민족도 어쩌면 그리도 중국놈들에게 당하고, 저 섬나라 놈들인 니혼징에게 36년의 억압을 견뎌내야 했는지...
침묵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쥐죽은듯 조용히, 힘 쎈 아버지에게 비참하게 얻어 터지던 어머니의 그 아픔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죽이고 싶었습니다. 내 아버지를, 나를 있게 한 그 힘을 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부당한 권위도 나에게는 가증스러운 하나의 거대한 위선일 뿐입니다.
아버지는 다리 하나가 없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아아아, 그러므로 아버지 또한 너무나도 눈물나게 하는 불쌍한 분이었습니다. 애기때 할머니를 일본놈들에게, 아니면 이데올로기의 그 더러운 싸움판에서 힘없이 죽어가야만 했던 어머니를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삶을 살아온 분이었습니다. 침묵의 방에서, 쥐 죽은 듯 조용히, 끽소리 못하던 그 아픔을 묵묵하게 자손 대대로 대물림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약하디 약한 중국틈에서, 양키놈들에게 우리의 평화를 구걸해야만 하는 이 더러운 운명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내 딸의 이름은 별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머언 하늘에서 작지만 촘촘이 박혀 있는 , 수 천 수억의 민중들의 그 맑은 눈망울같은, 얘야 아픔은 내 몸에서 이제 그만 끝났으면 좋겠다. 너에게만은 더 이상의 어떤 폭력도, 억울한 죽음도 없는, 참 평화의 세상에서 니가 맘껏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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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기 2013.04.29 08:20
    역사를 품는 다는 건 사랑을 잉태한다는 것 일 겁니다.
    신화는 영웅들이 별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촘촘하게 박힌 별들은 우리네 민중의 눈물과 애환이 만들어 낸 전기입니다. 아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은 영웅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평화라는 민중의 바램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십자가의 죽음으로 모든 제국의 권력과 죄악을 없이 하셨 듯 평화를 바라는 민중의 염원은 구름 뒤편 찬란한 태양을 맞이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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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순 2013.04.29 22:50
    혹시나 해서 홈피에 들어왔더니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글이 있다니...
    별이 아버님...오늘은 이케 부르고 싶네요...

    나도 69년.. 울 할머니도 1919년 아버지는 1940년 6남매의 장남
    엄마에겐 까다론 분이었지만 가족을 위해 일만 하다 자식들 출가하는건 한번도 보지못하고 돌아가신분..
    울엄마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오히려 얼굴이 폈다는 소리를 들으실정도..토끼띠인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억눌렸던 용띠로서 힘을 펴며 독재가 시작된 울엄마 특히 나에게...
    ...함께 산지 20년 홀로 산지 20여년 ..
    아빠생각 나냐고 물으니 하늘나라가서 만날까봐 무섭다..했던 울엄마
    큰소리치고 살아야되는데 하늘나라가서 다시 그 까다로운 잔소리를 들으려니..평등하지 않았던 부부관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 이해가 됩니다. 애구 두서없네...
    참 정말 예쁘고 맑은 별이.. 동물을 사랑하는 별이가 교회에 올때 교회에 꽃이 핀것 같았는데....
    우리 딸들도 계속 그렇게 컸으면 좋겠네요..

    딸이 사춘기였을때 딸한테 상처받아서 울은적도 있다는
    딸을 사랑하는 아빠..

    사춘기가 막 시작된 딸을둔 아빠들 한번 모임해야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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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탁 2013.05.08 22:12
    오홋. 내가 너무 오랜만에 들어왔나보네 홈피가 이렇게 꽉차다니....
    닭띠들은 연차도 비슷한가?? 우리아버지 39년생. 외할아버지는
    어릴때 축구하다 사고나서 평생을 한쪽다리를 절면서 지내셨고, 그덕에 모든 무거운 짐은 할머니가 다 지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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