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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종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고,

벌레며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가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종을 칠수가 있어요 ? "



어느 추운 겨울날, 하루도 쉬지 않고 교회 종을 치던 종지기 권정생을 보고 목사님이 장갑을 내주자 손사레를 치면서 그가 한 말이라고 한다.



<권정생의 일대기>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북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으로 인해 가족들과 헤어져 어렸을 때부터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등을 전전했다. 그가 평생 여러가지 병에 시달린 것도 성장기에 제대로 먹지 못함이었으리라.

이후 경북 지역을 떠돌다 67년 (30세)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에 정착하여 그 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되었다. 1끼 식사도 여의치 않던 그에게 직업과 거처가 생겼고, 꿈에 그리던 글도 쓸수가 있음은 큰 행복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학력이 없는 그는 맑은 심성과 많은 책을 읽어서 작가의 기반을 세웠을 것이다.

69년 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해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의 삶을 시작한 그는 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고, 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80년대 초부터 교회 뒤 빌뱅이언덕 밑에 7평 작은 흙집을 짓고 살았다.

1987년무렵 교회에 차임벨이 생기면서 그는 20년 종지기도 그만 두고 저작과 텃밭일에 몰두하였다.

그의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 똥 등 그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죽여 남을 살려냄으로써 결국 영원히 사는 그리스도의 삶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

‘몽실언니’ 외에도 ‘점득이네’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시집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무명저고리와 엄마’, 수필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우리들의 하느님’ 등이 있다.
1984년 출간된 ‘몽실언니’는 현재까지 60여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아동문학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고, 1990년 MBC에서 36부작 드라마를 만들어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1975년 제1회 아동문학상 수상자로 서울에 왔을 때 그는 "무릎이 나와 종아리가 다 드러난 검은 바지에 검은 고무신 차림 " 이었다 한다.

그는 2007년 5월 17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20대부터 만성심부전, 결핵 등으로 오랜 기간 투병했으며 최근 3∼4년 간 병세가 악화돼 작품 활동을 접고 요양에 몰두 오다 16일 입원했었다.
유족은 없으며 장례는 6.15 민족문학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공동 주관하는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러졌으며 그의 유해는 화장되어 그가 살던 부근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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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민주 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보통 사람이다. 우리 집에도집에도 두세 번 다녀 갔다. 나는 대접 한 번 못했다.



위 세 사람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함께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신문사에서한겨레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 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같은 사람도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것이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짐짐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 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듯 뜬 듯 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여기 저기 뿌려 주기 바란다.

유언장 치고는 형식도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 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않고 잘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 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0일  쓴 사람사람 권정생
주민등록번호 370818-*******
주소 경북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7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놓은 대로 부탁 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 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해찬이와 함께 뒷 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퉁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 날에도 가끔 피고물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날 몇 자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출처] 이런 유언장도 있었네. 종지기 작가 권정생|작성자 김영한






  • ?
    산희아빠 2009.09.25 11:30
    다시 권정생 선생님의 유언장을 읽고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
  • ?
    이경 2009.09.29 10:56
    요근래 읽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네요. 교회 종지기의 맡은 바를 소중히 생각했던 권정생 선생님 마음이 전달되는 글이기도 하고, 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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