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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행복했었나? ‘내가 참 행복하다’ 하고 느끼던 순간은 어떤 때였나? 혼자서 가만히 되짚어보면 아마도 새벽에 눈떴을 때, 가까이서 가족의 숨소리가 들리던 그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문득 새벽잠에서 깨어 어둠과 적막함만 느껴질 때, 그 어둠 저편에서 부모님의 숨소리가 들려오면 그 소리가 참 마음편하고 충만하게 느껴진다. 행여 무서운 꿈이라도 꾼 날은 더더욱 그랬다.
한참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숨소리와 비슷한 속도로 같은 방에서 혹은 건넌방에서 새액새액 쿠우쿠우 들리는 소리... 그 시간엔 평생 이소리를 듣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행여나 이 평화가 깨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숨소리 사이사이에 나오는 힘든 탄식을 들으면(어머님은 늘 자면서도 빚걱정 자식걱정으로 뒤척였다) 가슴아리한 아픔도 느끼지만, 그 전체적인 평화로움속에서 곧 다시 잠들곤 했다.

그렇게 잠결에 듣는 부모님의 숨소리가 좋았던 건 아마 실제적인 공동의 존재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화나 활동이나 여러 가지 인위적인 행동들이 아니라 그저 존재감만을 알리는 작은 숨소리가 훨씬 진한 연결감과 깊은 충만감을 느끼게 했다. 그 연결감이 참 좋았다.

엄마가 떠난 후 예전보단 외로움을 많이 타고, 요즘은 이 외로움이 두려움이나 허무함으로 변하기도 한다. 아무곳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혼자 동떨어진 느낌. 그동안 희미하게라도 연결되어 있던 것들이 하나씩 끊어지고, 이젠 덜렁 혼자서 둥둥 떠내려가는 느낌. 이 소속감을 만들고자 공동체운동 협동조합운동 등에 오랜시간을 몸담아왔는데 아직 내게 깊은 위안을 주진 못하나보다.

그래서 요즘은 간절히 기도하는 중이다. 연결감을 느끼고싶다고... 들과 바다와 강물에 소속되어있다고 고백하는 어느 시인처럼. 또, 사막 한가운데서 존재의 근원과 연결되어 살아가던 사막의 수도사들처럼. 그렇게 나도 소속감을 가지고 싶다고. 땅에 연결되고싶고 근원에 연결되고 싶고 영원에 연결되고 싶다고... 내 호흡의 리듬과 일치하는 실제적인 강한 연결감을 갖고 싶다고. 그래서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싶다고.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다보면 응답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혹시라도 그 응답이 오면 나의 불안감은 옅어지고 다시 예전처럼 푸근하게 잠들 수 있겠지...  오래전에 본 영화 A.I 에서처럼.  엄마옆에 누워서 영원한 잠에 빠지는 로봇 어린이같이 나도 그렇게 잠들 수 있기를 꿈꾸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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