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자료
2015.11.23 16:06

2015년 11월 22일 성문밖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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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2

제목: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본문: 요한복음 831-31

 

1. 벌을 받고 떠나는 인생

 

신영복 선생이 만해상을 받으며 남긴 수상소감을 읽었습니다.

수상 소감의 내용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부담스럽다.

둘째, 아프다.

셋째, 상이 아닌 벌을 받는 것으로 일생을 마치려 한다.

 

1) 왜 부담스럽다는 것인가요?

한 사람의 일생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일생에 그가 살았던 시대의 고민이 얼마나 함축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만해 한용운 선생은 진실로 자신이 살던 일제강점기 민족모순의 시대적 고민을 오롯이 짊어지고 산 사람이지만 그런 분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되는 나는(신영복 선생과연 그런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2) 왜 아프다는 것인가요?

신영복 선생은 혹여 자신이 현재 이 시대 대한민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모순과 비극의 현장을 비껴가며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하는 반성의 마음이 올라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3) 왜 상이 아닌 벌을 받는 것으로 자신의 일생을 마치려 한다고 하나요?

이 모순과 비극의 시대를 살면서 벌을 받고 떠나는 것이 오히려 이 시대의 모순과 비극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그나마 덜 빚지는 길이 아닐까? 생각 때문이라는 겁니다.

 

2. 벌을 받고 떠나는 인생의 정당성

 

벌을 받고 떠나는 인생의 정당성은 그 인생이 살아야 했던 시대가 악한 시대라는 전제 속에서 성립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친일파 매국노들은 일제강점기라는 민족적 모순과 비극의 시대를 살면서 그 악한 시대를 위해 복무했고 그 대가로서 그 악한 시대가 주는 상을 받는 것으로 그들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항일 독립 운동가들은 모순과 비극을 야기하는 악한 시대에 복무하기를 거부하고 저항했고 그 대가로서 그 악한 시대로부터 형벌을 받는 것으로 그들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역사적인 정당성을 얻었나요? 상을 받고 떠난 인생이었나요? 아니면 벌을 받고 떠난 인생이었나요?

 

악한 시대로부터 벌을 받고 떠나는 인생의 정당성, 벌을 받고 저주를 받은 자가 오히려 옳았다는 역설적 정당성, 그것을 신앙의 언어로 바꾸면 "십자가와 부활신앙"입니다.

 

1) "십자가"는 모순과 비극의 시대를 끝까지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그 시대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안전한 거리두기가 불가능했던 사람, 그리고 모순과 비극의 시대와 불일치함으로써 하나님과 끝내 일치를 이루었던 사람이 결코 피할 수 없었던 형벌이었습니다.

 

2) 그리고 "부활"은 모순과 비극의 시대와 화해할 수 없었던, 그 불의한 시대로부터 버림을 받고 죽음의 형벌을 당해야 했던 사람의 인생이 궁극적인 차원에서는, 곧 하나님의 차원에서는 영원한 정당성을 얻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3) 그리하여 신앙인들은 모순과 비극의 시대를 구원하는 능력은 모순과 비극의 시대와 일치하고 영합해 살면서 그 대가로 상을 받는 인생으로부터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순과 비극의 시대와 끊임없이 불화했던 대가로 벌을 받아야 했던 인생으로부터 나온다고 선포합니다.

   

4) 신앙인들은 이 같은 역설적 진리를 "십자가와 부활신앙"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또한 신앙인들이 자기의 실존을 걸어야 하는 삶의 근본으로 삼습니다.

 

3.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은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그 진리는 역설적 진리입니다.

 

상을 받는 인생이 아니라 벌을 받는 인생을 긍정하기 때문이며 벌을 받는 인생으로부터 모순과 비극의 시대를 치유하고 구원하는 능력이 나온다고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상 받기를 좋아하고 벌 받기를 두려워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벌 받는 인생이 구원이라는 역설적 메시지를 진리로서 수용할 수 있을까요?

 

요한복음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란 말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자기의 실존과 운명을 걸라는 말씀입니다.

 

1) 진리에는 대상적 진리와 실존적 진리가 있다고 합니다. 대상적 진리는 알고자 하는 대상과 거리두기가 가능한 진리입니다. 자연과학의 진리가 그런 종류의 진리입니다.

 

2) 그러나 실존적 진리는 대상과의 거리두기가 불가능합니다. 알고자 하는 진리에 자기의 실존을 던져 넣기 전에는 언제나 긴가민가할 뿐입니다. 신앙과 같이 역설로 가득 찬 진리가 그런 종류의 진리입니다.

 

3) 그것이 진리임을 먼저 증명해 주시오! 그러면 내가 나의 실존을 그 진리에 걸겠소! 하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역설적 진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딛고 결단하는 모험을 감행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4) 자기 실존을 던져넣는 모험을 감행한 사람이 역설적인 진리에 도달하게 됩니다. 모험을 감행한 인생과 모험을 피하기만 한 인생의 깨달음이 같을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모험을 감행함으로써만 얻어낼 수 있는 진리, 십자가와 부활이란 역설적 진리가 우리에게 자유를 줄 수 있습니다.

 

5)  어떠한 자유입니까? 그 자유는 모순과 비극의 시대를 살면서 그 시대로부터 받는 상을 거부하고 그 시대와 반목하며 저항하다가 오히려 벌을 선택하는 자유, 그럼으로써 그 불의한 시대와 결별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4. 세월호 참사 앞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오늘까지 수습되지 못한 희생자가 9명입니다. 오늘 우리 성문밖 교회에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단원고 2-2반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오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드리는 예배를 준비하며 저는 지난 화요일 오후 저는 홍대입구역 8번 출구로 찾아갔습니다.  매일 피켓팅을 이어 가시는 박은미 선생님을 만나서 함께 피켓팅을 하면서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찾아가 손잡고 이름을 나누고,

 

매일 피켓팅을 이어가시는 다윤 어머니가 뇌종양을 앓고 계시며 아버지는 허리 디스크로 입원 중이란 근황을 들으며,

 

아직도 진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다윤이가 올 해 수능을 치렀어야할 아이였고 그 아이가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었다는 사연을 알게 되면서,

 

저도 모르게 눈가의 실핏줄이 오르고 코끝이 사뭇 시큰거려오다가 몇 번이고 눈물이 나려는 것을 느끼며 알게 되었습니다. "본질적으로 타인은 없다! 세월호 사건은 남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이 세상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은, 한 밤중에 홀로 깨어 울고 있는 그 사람은 나 때문에 우는 것이다" 라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엄숙한 시간은 바로 이런 통찰을 전해 주는 시일 겁니다.

 

사랑하는 성문밖 교우 여러분,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그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서 드러난 역설적 진리입니다. 모순과 비극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상 받기 보다 보다 벌 받기를 자청하는 인생으로부터 시대의 모순과 비극을 치유하고 구원하는 능력이 나온다는 진리입니다.

 

이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이 역설적인 진리가 우리에게 주는 자유는 모순과 비극의 시대에 영합하거나 복무하지 않고 그 불의한 시대로부터 결별하는 자유입니다, 그럼으로써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우리의 존엄을 지키고 고양시켜 가는 자유입니다.

 

이러한 자유의 진리에 이르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메시지에 깊이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머무르시기 바랍니다. 그럼으로써 자기의 실존과 운명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거시길 바랍니다.

 

다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종교의 장벽을 가뿐히 넘어서 성문밖 공동예배에 오신 우리의 이웃, 시민 여러분,

 

오늘의 본문에 쓰인 '진리'는 그리스어 aletheia의 번역인데, '진실'이란 말로도 번역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늘 우리의 본문은, 진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역으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우리는 누구도 자유롭게 되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고자 하신다면 세월호 가족들을 찾아가고 손잡고 이름을 나누고 사연을 들어주십시오. 이제껏 알지 못해던 많은 진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딛고 찾아가 손잡고 곁에 머물고자 모험을 감행하는 우리 모두에게 시대의 모순과 비극을 치유하고 구원하는 역설적 진리를 듣고 깨달으며 실천하는 은총이 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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