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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을에 순종하다.

사무엘상 15:22
사무엘이 나무랐다. 주님께서 어느 것을 더 좋아하시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겠습니까? 아니면, 번제나 화목제를 드리는 것이겠습니까? 잘 들으십시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말씀을 따르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습니다.

유난히 덥고 습한 여름 바람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가을의 선선한 바람에 자신을 내주고 우리의 일상에서 멀리 떠난 듯 보입니다. 봄이 여름에 자신을 내어주고 이젠 여름이 가을에 자신을 내어주었습니다. 두 세 달이면 이 가을은 겨울에 자신을 내 줄 것입니다.

자연의 거대한 흐름에 사계절이 서로에게 순종하는 듯 보입니다. 사실 순종이라는 말이 교회 내에서 너무나 퇴색되어 버렸기에 자연이라는 큰 스승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가끔 기독교방송에서 들려오는 설교를 듣고 있노라면 설교자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라고 실컷 설교하면서 결국 자신의 말과 뜻에 순종하라는 멘트로 끝을 내는 것을 종종 듣게 됩니다. 순종이라는 말은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하나님께 순종, 부모님께 순종, 선생님께 순종, 직장상사에게 순종, 국가권력에 순종, 그러다 안 되겠다 싶으면 ‘복종’하라고 합니다. 왠지 교회와 사회에서 들려지는 순종이라는 말에는 내 자신이 빠지고 무시당하며 소외되는 듯이 보입니다.

한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을 모아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수양관에서 수련회를 했다고 합니다.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수련회에 주 강사는 한국교회에서 내놓으라하는 일산 대형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였습니다. 문제는 주 강사의 설교내용이었습니다. 이 목사는 5.16 쿠테타를 옹호했고, 박정희독재정권을 칭송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 댓글을 검열하기에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행히 많은 학생들이 학교 홈피에 댓글을 달아 항의했다는 후문이 들려왔습니다. 그 소식에 다시 한 번 우리 교회 안에서 사용되는 순종이라는 말로 포장해 놓은 폭력과 독선, 무지함, 하나님 자리에 앉아 순종을 강요하는 종교권력의 뒷모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권력의 자리에 앉아 얼토당토 않는 논리와 억지를 부리며 세상 모든 이들에게 순종과 복종을 요구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속이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

순종과 비슷한 말 가운데 순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순종이라는 말은 ‘순순히 따름’, ‘순응’은 ‘변화나 환경에 적응하여 익숙해지는’ 의미가 있습니다. 둘이 달라 보이지만 순순히 따른다는 ‘순종’과 적응하여 익숙해지는 ‘순응’에 담긴 속뜻엔 자신을 내어주는 한 생명 주체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 역사 속에서 순종이라는 말과 요구에는 순종하고 순응하는 생명주체의 생각과 말, 그의 삶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마치 오늘 제사장 사무엘과 사울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처럼 말입니다.

본문을 통해 고대 부족사회의 마지막 시대에 활동했던 사사이면서 예언자인 사무엘과 초대 국가의 왕이 된 사울의 마지막 만남에서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삶’이 무엇인지 묵상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당시 사회적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은 초기국가형태를 갖추고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부족에게 많은 침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부족사회에서 강격한 군사조직을 갖춘 국가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초대 왕으로 사울을 세우고 왕국시대를 열었습니다.

왕의 권력이 형성되고 군사력이 증강되면서 이스라엘은 숙원이었던 아멜렉이라는 큰 부족과 싸워 승리하게 됩니다. 사무엘은 사울 왕에게 싸움에서 승리하면 ‘못된’ 아멜렉왕과 부족을 끝까지 진멸하는데 전념하라고 전했습니다. 아멜렉 부족과 이스라엘 부족의 적대적인 관계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사울 왕에게 전하는 사무엘의 말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15:3 ‘너는 이제 가서 아멜렉을 쳐라. 그들에게 딸린 것은 모두 전멸시켜라. 사정을 보아 주어서는 안 된다.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와 젖먹이, 소떼와 양 떼, 낙타와 나귀 등 무엇이든 가릴 것 없이 죽여라.’ 사무엘을 비롯하여 이스라엘부족들이 아멜렉에게 가진 원한은 뼈 속 깊이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아멜렉을 향한 이 잔인한 명령은 사무엘 자신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울 왕은 아멜렉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사무엘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약탈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쓸모없고 값없는 것들만 골라서 진멸하고 보기에 좋은 것들을 모조리 취하였습니다.

사무엘이 승리한 사울 왕의 진지에 왔을 때 온 들판과 산을 가득 메운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진지 가운데 아멜렉 왕 아각이 묶여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의 이러한 행동을 비난하자 사울 왕은 모든 소와 양은 하나님께 제사 드리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울 왕의 변명은 제사장의 위치에 있는 사무엘이 들을 때 그럴 듯한 말이었지만 진심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닌 사울 왕 자신의 독선과 고집, 탐욕을 채우기 위한 것에 불과 했습니다.  

사무엘은 하나님을 위하여 소와 양떼를 가져왔다고 변명하는 사울 왕에게 묻습니다.

“주님께서 어느 것을 더 좋아하시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겠습니까? 아니면, 번제나 화목제를 드리는 것이겠습니까?”

사무엘이 말하는 주님의 말씀을 문자로만 보면 무엇입니까. 아멜렉의 전멸입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와 젖먹이 가릴 것 없이 죽이라는 15장 3절의 말씀에 의하면 종족말살입니다. 이러한 학살에 관련된 성경구절은 여러 곳 있습니다. 문자대로 정말 하나님께서 민족말살과 학살을 말씀하신 것일까요? 아니면 성경 저자와 편집자들의 의도와 목적이 있는 것일까요?

혹자는 하나님의 말씀이니 일점일획도 가감 없이 따라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들 입맛대로 취하고 해석하곤 합니다. 마치 사울 왕이 ‘쓸모없고 값없는 것들만 골라서 멸한 것’처럼 자신들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자신들의 문화와 이익을 위해 성경을 들어다 놓아다 들었다 놓아다 마음대로 사용합니다.
그들은 성경을 바탕으로 전쟁을 옹호하고, 독재를 칭송합니다. 발전과 성장은 조건을 붙이지 않고 추구 하고, 승리는 언제나 옳은 역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하나님께 순종하여 복을 받아 누린다고 생각하고 우격다짐하며 강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성경말씀은 예수그리스도의 몸을 통해 조명되어져야 하고, 그의 십자가와 부활의 빛으로 우리 앞에 확연하게 드러남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무엘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전하는 모든 성경말씀이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오늘 사무엘과 사울 왕의 대화를 통해 성경은 순종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전해 줍니다. 먼저 순종해야 하는 대상이 있습니다. 본문은 고대 이스라엘 왕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권력과 이익에 좋을 대로 판단하여 빼거나 더하지 말고 순순히 따라 살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사울과 다윗, 솔로몬을 포함해 어떠한 왕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이 우선 되어야 함을 마지막 사사이며 제사장인 사무엘을 통해 강력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무엘이 말하는 순종의 가장 첫 순서는 인간의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떠나 하나님입니다.

우리는 사무엘의 질문에서 주님의 말씀과 종교적 의례가 동일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보아야 합니다. 당대의 왕이 아무리 종교적인 의례에 충실하다 하여도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하지 않는 통치를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께 기뻐하시는 것도 아니고 순종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예배와 기도를 포함해 종교의식의 형식이 아무리 많고 길어도 하나님의 기뻐하는 순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곧 그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것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창 18:19] 내가 아브라함을 선택한 것은, 그가 자식들과 자손을 잘 가르쳐서, 나에게 순종하게 하고, 옳고 바른 일을 하도록 가르치라는 뜻에서 한 것이다. 그의 자손이 아브라함에게 배운 대로 하면, 나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대로 다 이루어 주겠다.

이스라엘의 시조 아브라함을 선택하고 부르시며 자손을 있게 하신 것, 즉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근본 목적은 하나님의 옳고 바른 일에 순종하고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순종은 아브라함이 그랬듯이 자신의 상황을 따르기보다 하나님의 약속과 신뢰를 따르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께 대한 이스라엘의 순종은 언제나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에 자신을 내어 주는 것에 있었습니다.

신약성경 빌립보서에서는 순종을 끝판을 말해 줍니다.

[빌 2:8]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라 서로에게 자신을 낮추고 죽기까지 순종하라고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모든 고난 속에서 예수님처럼 순종을 배우라 합니다.

[히 5:8] 그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히 5:9]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 자기에게 순종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

예수께서는 고난 중에 자신의 본분을 잃어버리지 않았기에 모든 사람의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자신을 욕하고 때리며 십자가에 죽이는 사람들을 용서하시고 사랑으로 바라보셨습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사랑과 평화에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을 구원의 근원으로 삼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인간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나님과 자신을 채찍질하고 피흘리게하며 죽이는 인간들에게 순순히 자신을 내어 주셨습니다. 예수께서 그와 같은 순종의 길을 가실 수 있었던 건 자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아시고 선포하신 것이었습니다. 또한 삶의 순간에 살아계신 하나님과 동행하며 고난 앞에 기도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베드로서에서 말합니다.  

[벧전 1:22] 여러분은 진리에 순종함으로 영혼을 정결하게 하여서 꾸밈없이 서로 사랑하기에 이르렀으니, [순결한] 마음으로 서로 뜨겁게 사랑하십시오.

우리가 예수라는 진리 앞에 그분을 따라 서로에게 순종하며 나가며 뜨겁게 서로 사랑하라 합니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순종의 삶을 살아갑니다. 서로를 받아주고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 줍니다. 마치 여름이 가을에게 자신을 내어 주듯이 말입니다. 모든 힘겨움 속에서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 자신이 가진 자리와 힘으로 판단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 용서와 구원에 자신을 내어 놓는 삶을 살아갑니다. 우리에게 순종은 하나님의 존재에 자신의 존재를 내어 놓습니다. 우리 삶의 문 밖에서 예수께서는 오늘 이 순간도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그분을 모시고 함께 먹고 마시며 하나님과 서로에게 순종의 삶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또한 예수그리스도를 따르는 순종은 불의와 거짓에 굴복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도 기억하시면서 한 주간도 여름이 가을에 순종하는 시절,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내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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