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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깊은 영성으로 실천하는 희망공동체”로 가는 첫 번째 이야기
깊은 곳으로 나가
눅 5:4
예수께서 말씀을 그치시고,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설렁탕이 제 맛을 내고 색깔이 허옇게 나오려면 오랜 시간 동안 고아야 합니다. 오래 끓이지 않으면 설렁탕의 깊은 맛은 나오지 않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양념과 첨가물을 넣고 색깔을 낸다 하여도 오랜 시간 끓여 고아낸 설렁탕의 깊은 맛을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종교에서 말하는 영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성이 뛰어나고 깊은 사람들은 신과 자신, 세상에 대해 오랜 시간 깊이 있는 묵상과 성찰을 하고 기도합니다. 우리는 영성이 깊은 사람의 진실한 삶을 보고 그의 영성에 찬사를 보냅니다.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기 전 선물교환 시간에 제가 받은 선물은 헨리 나우웬이 기록한『토마스 머튼』의 영성에 관한 것입니다. 토마스 머튼은 현대 기독교인의 영성에 많은 영향을 준 분입니다. 그는 『칠층산』이라는 책에서 “나는 인류 중의 한 사람이요, 인류의 죄와 벌과 비참과 희망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는 자라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남에게 대해서 더 많은 의무를 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도 자기 혼자서 천국에 갈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머튼의 영성은 자신과 인류를 성찰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인류의 모든 영성가들은 이타적인 사랑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고 가장 깊이 있는 영성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성경의 인물 중 바울의 영성을 위대하게 생각합니다. 그의 영성을 말해 주는 성경구절은 로마서9장에 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 양심이 성령을 힘입어서 이것을 증언하여 줍니다. 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고, 내 마음에는 끊임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나는, 육신으로 내 동족인 내 겨레를 위하는 일이면, 내가 저주를 받아서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달게 받겠습니다.”(롬9:1-3)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자신이 버림을 받을지라도 원하는 것이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구원이었습니다. 우리는 바울과 같은 고백하며 사는 영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양심에 진실함을 더해 바울과 같이 고백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 가난하고 연약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긍휼을 베푸시어 모두가 사랑하며 섬기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저는 슬프고 괴롭습니다. 제가 저주를 받아 당신에게 버림을 받아도 좋으니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의 연약한 지체들을, 우리의 차별받는 노동자들을, 우리의 신음하는 생명들을, 우리의 억압받는 소수자들을 구원하소서. 차별하고 억압하는 자 또한 구원하소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서서 바울과 같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는 깊은 영성으로 나가야 합니다. 영성은 모든 사람이 가진 가장 보편적인 품성입니다. 즉, 한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룩한 품성이 영성입니다. 인간의 것이 아닌 하나님의 것을 자신과 세상에서 발견하고 그 길을 따라 사는 삶이 영성의 삶입니다.

우리는 거룩한 품성, 깊은 영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오래도록 함께하며 함께 걷고 싶어 합니다. 허영선 시인의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 바닷길 곶자왈 돌빌레 구불구불 불편하여도  /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이 걷고 걸었던 흙길 / 들바람 갯바람에 그을리며 흔들리며 / 걷고 걸어도 흙냄새 사람냄새 폴폴 나는 길  / 그런 길이라네   - 허영선,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중에서

흙냄새 사람냄새 폴폴 나는 길을 걷고 싶어지게 하는 시입니다. 깊은 영적인 경험들을 가진 거룩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고 그 길이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깊은 곳으로 나가야 합니다. 먼저는 하나님께 나가야 되고, 그리고 자신의 존재로 나가야 됩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이들 모든 곳으로 나가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나간다는 것은 온 우주에 충만한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하나님을 볼 것입니다. 마음의 모든 사심을 버리고 믿음의 눈으로 하늘과 땅을 바라보면 하나님께서 모든 만물에 충만하게 거하고 계신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는 사람은 가장 깊은 영적인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고 모든 호흡 있는 생명들에, 온 하늘과 땅에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을 느끼는 깊은 영성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임재를 모르기 때문에 차별하고 억압하고, 교만하고 폭력을 사용합니다. 신령하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강과 산을 자신들의 이익과 편리함을 위해 파괴합니다. 자신과 세상 모든 곳에 하나님의 임재를 믿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모든 곳 모든 시간에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분별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고전2:14)

그러나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그 임재 앞에 나가는 사람, 그 임재를 충만하고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은 깊은 영적인 세계로 나가게 됩니다. 우리의 믿음이 없거나 작다면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아는 것은 모든 종교의 깊은 영성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신비한 영성의 세계를 보여 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나의 존재로 더 깊게 나가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영성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사색과 책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나’를 찾아 가는 여행은 모든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흐르고 있고 상황들은 변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괴테가 쓴 『파우스트』에서 주님께서는 파우스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파우스트를 아는가 묻습니다. 그(악마)는 “정말 그 자는 묘하게 당신에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 하늘의 가장 아름다운 별을 찾는가 하면, 지상의 가장 큰 쾌락도 모조리 누리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가까운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나 아무것도 그의 가슴속 깊이 들끓는 충동을 만족 시키지 못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시작하는 1부에서  높고 둥근 천장을 이룬 협소한 고딕식 방에서 불안하게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는 파우스트를 등장시킵니다.

파우스트의 첫 대사는 “아아, 이제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거기다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열심히 노력하고 철저하게 연구하였다. 그러나 나라는 인간은 과거와 비교해서 이 모양 이 꼴로 여전히 불쌍한 바보다. 석사니, 박사니 이름만 근사했지. 벌써 그럭저럭 십 년이라는 세월을 올렸다 내렸다, 이리저리로, 학생들의 코를 쥐고 잡아끌고 있는데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니, 그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내 가슴은 탈 지경이다.”

괴테는 파우스트 첫 부분에서 뛰어난 이성과 감정을 가진 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고뇌하며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괴테가 성찰했듯이 우리 인간은 자신을 찾아 갈 때 때로는 천상의 존재에서 땅의 존재로, 때로는 저 어두운 음부의 존재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곤 합니다.

한 인간으로 자신의 존재를 찾고 자신이 찾은 존재의 삶을 살아간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가 믿는 예수님입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존재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믿었고 고백하고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로 확고하게 살며 모든 인생의 고난과 고통,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 속에서 살았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로마병사를 용서하고 사랑하고 섬기는 존재로 사셨습니다.

모세는 믿음으로 바로 왕의 공주의 아들이라 불리기를 거절하고 노예들의 선조, 하나님의 존재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고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히 11:24)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역사와 인류의 존재 앞에서 믿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찾고 선포하고 그 존재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실수와 허물, 죄와 상황들로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릴 사람들이 아닙니다. 성경의 믿음의 사람들처럼,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아들과 딸로서 존재하는 자신을 찾고 더 삶을 더 의미 있고  목적 있게 살아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더 깊은 세상의 의미와 목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선에 속하고 다른 사람들을 악으로 규정하여 정죄하고 심판하고 공격합니다.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고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여기고 경외감도 갖지 않고 파괴하기를 쉬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만물을 볼 줄 알지도 느낄 줄도 모릅니다.

영등포역 주변에 노숙을 하다 저 체온증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나 싶어 심야 아웃리치를 하는 중에 싸움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눕혀 놓고 무지막지한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 대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폭력과 강간, 분쟁과 전쟁이 가득해 보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벨평화상을 받은 성공회 투투 신부는 인종차별 하는 백인들과 정치인들과 맞서 투쟁했고 승리했습니다. 자신들만 옳고 선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잔인한 폭력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오랜 폭력에 맞서 투쟁한 투투 신부는 백인이든 흑인이든 모든 사람은 선하게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다. 우리는 선을 위해 창조되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선하다. 그것이 우리의 본질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왜 악에 분노하겠는가?” 투투 신부의 말처럼 세상을 악과 선으로 나누지 않고 선 자체로 보는 눈이야 말로 지구공동체가 존립하고 함께 나갈 수 있는 길입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 모든 생명체에 대한 시선이어야 합니다.

요즘 한파가 계속되어 교회 화장실이며 식당이 자주 얼어붙곤 합니다. 지난 금요일 아침 교회에 나와 보니 소변기와 변기가 얼어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행히 변기는 꽁꽁 얼지 않았지만 소변기가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화장실 사용이 가능하니 그냥 넘어갔습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습니다. 물을 조금씩 흘려 놓았는데도 모두 얼어붙은 것입니다. 심지어 흘러  내리는 수도꼭지의 물이 얼어 고드름 기둥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은 가스난로를 틀어 녹였습니다. 식당 수도를 녹이는 데는 많은 경비가 들어야 했습니다. 얼어붙은 화장실 수도꼭지를 보면서 요즘 추위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전날의 상황을 깊이 있게 생각했으면 최소한의 동파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전혀 예측도 못했던 것입니다.

영적인 감수성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겨울철 추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을 당하듯 하나님과 나, 공동체와 세상의 움직임에 민감한 깊은 영성이 있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고 마는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아 지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3년 성문밖공동체의 표어는 “더 깊은 영성으로 실천하는 희망공동체”입니다. 성문밖공동체의 영성은 한 개인의 영성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또한 공동체의 구성원 개인의 영성 없이 공동체의 영성이 형성될 수도 없습니다. 개인과 공동체가 연합하여 서로를 받아들일 때 가장 깊은 영성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 지체 한 지체마다 자신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더 깊은 영성의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그럴 때 성문밖공동체의 영성이 더 깊어지고 세상에 깊고 깊은 제 맛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과 나, 공동체와 세상을 향해 더 깊고 깊은 영성으로 만나고 나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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