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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밖교회 5.18기념예배 회중 대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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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한 달여 전, 스러져간 생명들과 35년 전 마찬가지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하나님,

불과 어제, 또 한 명의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이, 그의 온기가 식기도 전에 잊혀질까 두렵습니다. 우리가 잊을까 두렵습니다.

 

하나님,

먼 나라 터키에서 화염 속에, 탄광에 생매장된 300여 명의 광부 노동자들을 내 가족이 떠난 것과 같은 마음으로 애도하게 해주십시오.

 

하나님,

눈만 뜨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이런 나라에 살다보니, 차라리 눈을 딱 감고 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저희가 얼마나 자주 잊어버렸으면, 이렇게 수없이 잊지 않겠다고 되뇌일까요?

저희가 얼마나 자주 잊혀지고 버려졌으면, 이렇게 잊혀질까봐 두려워 하나요?

 

하나님,

침몰하는 배의 선장의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 모두가 가만히 있으라는 이 세상의 지배적 행동강령을 즉시 떠올릴까요?

 

무엇이, 가만히 있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가해진 폭력과 억울하기 짝이 없는 처리과정을 지켜본 끝에 역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겠다고 고개를 숙이던 자신을 자책하게 했을까요?

 

하나님,

우리는 이미 수없이 그렇게 저항했다가 스러지는 역사를 보아왔습니다. 35년 전의 광주도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될 것이었습니다. 이제와 기념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그 35년 전에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부활을 위해서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우리는 열심히 싸웠지만, 여전히 805월의 광주엔 국가폭력의 상처가 깊이 배어있습니다.

 

하나님,

우리는 이미 광주로부터, 상처 입은 사람들과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함을 배웠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

무고한 목숨들을 단 번에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핵심에는, 이윤논리에 생명을 경시한 자본가들과 국민을 미개인 취급하며 군림하기 바빴던 무능한 콘트롤타워 박근혜가 있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의 외침이 너무나 절박한데, 이제사 5만개의 촛불로 응답하는 저희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하나님,

우리가 쉽게 꺼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머지않아 꺼질 거라 생각하는 이 정권을 향해 더욱 거대한 촛불로 응답하게 해주십시오.

 

동시에 제대로 된 월급도 못 받으며 노동자가 삼성에 노조를 만들었다고 모진 탄압을 받다가 세상을 등지 이 기막힌 현실도, 300여 명이 그대로 탄광에 갇혔는데 구조작업을 너무 쉽게 중단해 버리는 기막힌 현실도, 인간의 목숨이 돈벌이보다 못하게 취급되는 세상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일어날 비극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나님,

세상에 하나님의 정의가 있기나 한건지, 이런 비극 앞에서 자꾸만 되묻습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울고 함께 거리로 나서는 것이 지금 제가 기독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정의인 것이 분명하기에, 그 마음모아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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