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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5 18:10

2016.01.17 성문밖 주일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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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7. 성문밖 주일예배

제목: 삶을 구원하는 소소한 기쁨

본문: 2, 1-11

설교 후 찬송: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찬송가 429

 

지난 금요일 밤, 인터넷 여기 저기서 신영복 선생의 부고를 알리는 속보가 떴습니다. 저 역시 신영복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런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은 저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과 개인들이 추모의 마음을 여러 종류의 기사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언론사가 신영복 선생님과 행한 인터뷰 기사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소소한 기쁨이 큰 슬픔을 이기게 해줍니다.” 였습니다.

 

불과 27살의 나이에 육군사관학교의 교수가 되었던 전도유망한 청년이 하루아침에 군사정부가 조작한 통혁당이란 간첩사건에 연루되어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옥에 갇히게 되었을 때 그 절망이 어떠했을까요?

 

통혁당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을 선고 받으며, 가능한 한 의연한 자세를 취하려 했지만 판사가 자기의 최종 판결문을 읽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판사의 입술을 주목했다고 합니다.

 

사형을 언도하기 전, 판사의 입술은 옆으로찢어집니다. 그러나 무기징역을 언도하기 전, 판사의 입술은 앞으로 쭉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최종 판결을 받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판사의 입술을 주목하게 되었고 판사의 입술이 앞으로 쭉 나오는 것을 보는 순간 살았구나!” 안도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절체절명이란 말의 의미를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형 판결을 받고 감형되어 무기징역으로 형이 확정된 후 기약 없는 날들을 보내야 했을 때, 절망으로 자살의 충동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질문 받았을 때, 선생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이 갇혀 있었던 독방의 창문으로 하루 두 시간 정도 신문지만한 햇볕이 들었는데, 그 햇볕을 무릎에 받으며 책을 읽는 시간이 선생이 감옥에서 누리는 유일한 행복이었다는 겁니다. 작은 창문으로 매일 들어오는 그 햇볕을 기다리는 낙에 기대어 선생은 자살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선생의 큰 좌절과 절망을 덮기에 신문지 한 장만한 햇볕은 너무 작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선생은 말합니다. “좌절과 절망을 이기기 위해 꼭 같은 크기의 성공과 희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가장 소소한 기쁨만으로도 가장 큰 절망을 넘어설 수 있다.”

 

온 천지를 뒤덮는 크기의 암흑이라 하더라도 작은 촛불 하나를 가리지 못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2, 1-11

오늘 우리가 읽은 요한복음 2장의 이야기, 즉 가나 혼인잔치에 가신 예수님이 잔치가 무르익는 시점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 주셨다는 이야기는 예수께서 처음으로 행하신 기적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기적을 표적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의 기적을 표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표적이란 기적적인 사건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기적적인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오늘의 이야기가 예수님이 행하신 첫 번째 표적이라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첫 번째 메시지, 첫 번째 행동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이 첫 번째 표적을 보면 예수님의 첫 번째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드러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통하여 자기의 본질을 드러내시려는 하나님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가 또 드러납니다.

 

가나 혼인잔치의 이야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3권으로 되어 있는데, 가나 혼인잔치의 이야기는 소설의 제 2권의 제 4갈릴래아의 가나라는 제목으로 나옵니다.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인 까라마조프가의 막내, 수도사 후보생인 알료샤가 스승인 조시마 장로의 시신을 지키며 수도원의 빠이시 신부의 독경 소리를 들으며 졸음에 빠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빠이시 신부가 읽던 본문이 바로 요한복음 2, 가나 혼인잔치 이야기였습니다.

 

알료샤는 독경 소리를 들으며 비몽사몽간에 상상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가 상상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는 가난한 자들의 혼인예식에 초대받았다. 그래, 그들은 분명히 가난한 사람들이었어. 포도주가 잔치 중간에 떨어질 정도였으니까. 예수님의 최초 기적은 슬픔의 장소가 아니라 기쁨의 장소에서 베풀어졌다. 예수는 기적을 베풀어 가난한 자들의 기쁨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알료샤가 비몽사몽간에 주목한 가나 혼인잔치 기적의 메시지는 "가난한 자들의 기쁨에 기꺼이 참여하시는 하나님"입니다. 


비몽사몽간 시작된 알료샤의 묵상은 계속 이어집니다. “예수께 포도주를 채워 달라고 부탁하는 마리아는 알고 있었다. 예수의 사역은 위대한 자신의 사역을 이루기 위해서만 강림한 것이 아니라 그늘진 곳에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소박하고 평범한 즐거움을 기꺼이 함께 하고자 강림하셨다는 것을 마리아는 알고 있었다.”

 

알료샤가 생각할 때, 예수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은 장엄하고 비장하고 위대한 사역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평범하고 소소한 자들의 기쁨과 즐거움을 간과하지 않는, 평범하고 소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따뜻한 사역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평범하고 소소한 즐거움만으로도 큰 불행을 이기는 존재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그렇게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의 구원이 언제나 장엄하고 비장하고 어마어마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아십니다. 평범하고 소소한 기쁨에도 인간의 구원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다.

 

가나 혼인잔치 이야기에 등장하는 예수님은 사람들의 평범하고 소소한 기쁨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셨습니다. 이것은 또한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요한복음의 본문을 좀 더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은 빈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하셨습니다. 빈 항아리는 유대인의 정결의식을 위해 마련한 것들입니다. 이것은 상징적으로 유대인들의 종교적 심성을 말합니다. 그들은 율법을 금과옥조처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율법을 열심히 지키는 자기의 행위와 업적으로 자기를 증명하려고 강박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이런 신앙을 율법적인 신앙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노력은 언제나 진지하지만 결국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어느새 빈 항아리처럼 소진 된 자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허무와 절망에 빠진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부족한 자기 모습에 지치게 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시다. 내가 노력하면 나는 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마음을 채우는 자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합시다.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것은 자기의 노력으로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사려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은 결국 부모를 두려워하고 미워하게 될 겁니다. 노력해서는 결코 이정도면 됐다는 자기 확신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내가 노력하기 전에 이미 나의 부모는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확신입니다. 내가 어떤 업적으로 나를 증명하기 전에 이미 내가, 내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존재라는 확신이 먼저 필요합니다. 이런 확신이 있은 후에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은 힘겨운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확신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아이와 부모 간에 소소한 기쁨을 나눈 기억들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서로의 소소한 기쁨을 지켜주기 위해 애썼던 서로에 대한 친절한 마음을 느낌으로써 아이들과 부모는 서로 간에 이러한 확신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성문밖 교우 여러분,

우리의 삶을 구원하기 위하여 소소한 기쁨은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삶의 순간순간 맞이하는 소소한 기쁨이 우리 삶에 필연적으로 닥치는 큰 절망을 능히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지를 덮는 암흑이라 하더라도 작은 촛불 하나를 감출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행하신 표적도 평범하고 소소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존재가 가난한 자들의 잔치에 가서 그들의 흥을 깨지 않기 위해 물을 포도주로 만들었다는 것은 언뜻 하나님의 아들이 처음으로 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더 위대한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바로 여기에 기독교적 구원의 비밀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더 높이 오르는 길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더 커지는 길이 아니라 더 작아지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더 위대해지는 길이 아니라 더 소소해지고 비천해지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문밖 교우 여러분,

우리의 삶을 살만하게 하는 소소한 기쁨을 우리 사람들만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도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적극적으로 우리의 소소한 기쁨이 그치지 않게 도와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일 예민하게 관찰한다면 우리의 삶을 구원하기 위하여 소소한 기쁨들을 끊임없이 베풀어 주시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친절함을 엿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만일 우리의 소소한 기쁨들 속에서 하나님의 친절함을 엿볼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친절하심이 우리 삶을 온통 휩싸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이것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삶의 용기를 잃어버리지 않게 될 겁니다.

 

여러분 모두의 삶에 소소한 기쁨이 끊이지 않는 은혜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에 누군가의 소소한 기쁨을 이어 주려는 친절한 마음이 끊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 성문밖 공동체가 서로에게 소소한 기쁨이 되어주는 그런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기도

주님, 작은 기쁨이 큰 절망을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를 그런 존재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벌써 삶의 용기를 잃어버렸을 것입니다. 주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주어지는 작은 기쁨들에 감사하게 하시고 그 기쁨들 속에서 나를 향한 하나님의 친절하심을 발견하게 하옵소서. 그리고 타인의 작은 기쁨을 이어주려는 나의 작은 친절이 곧 타인에게는 그의 삶을 구원하는 기쁨이 될 수 있음도 기억하게 하옵소서. 주님, 우리 성문밖 공동체가 바로 그렇게 서로에게 소소한 기쁨을 제공해주고 또한 지켜주고 싶어 하는 친절한 공동체가 되게 해주십시오. 그래서 서로에게 삶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공동체가 되게 해주십시오. 그늘진 자들의 소소한 기쁨을 이어가도록 친절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축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을 통한 아름다운 교제가 서로에게 작은 기쁨을 주고 싶어 하고, 서로의 소소한 기쁨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그럼으로써 서로의 삶을 구원하는 사랑하는 성문밖 교우들의 삶 속에 영원히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비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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