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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고 춤추며 죽음을 넘는 사람들
사사기 11:34-40
34 입다가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올 때에 소구를 치고 춤추며 그를 맞으려고 나오는 사람은 바로 그의 딸이었다. 그는 입다의 무남독녀였다. 35 입다는 자기 딸을 보는 순간 옷을 찢으며 부르짖었다. “아이고, 이 자식아, 네가 이 아버지의 가슴을 후벼파는구나.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것이 하필이면 왜 너란 말이냐! 주님께 서원한 것이어서 돌이킬 수도 없으니, 어찌한단 말이냐!” 36 그러자 딸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입으로 주님께 서원하셨으니, 서원하신 말씀대로 저에게 하십시오. 이미 주님께서는 아버지의 원수인 암몬 자손에게 복수하여 주셨습니다.” 37 딸은 또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한 가지만 저에게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두 달만 저에게 말미를 주십시오. 처녀로 죽는 이 몸,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가서 실컷 울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38 입다는 딸더러 가라고 허락하고, 두달 동안 말미를 주어 보냈다. 딸은 친구들과 더불어 산으로 올라가서, 처녀로 죽는 것을 슬퍼하며 실컷 울었다. 39 두 달 만에 딸이 아버지에게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주님께 서원한 것을 지켰고, 그 딸은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녀의 몸으로 죽었다. 이스라엘에서 한 관습이 생겼다. 40 이스라엘 여자들이 해마다 산으로 들어가서, 길르앗 사람 입다의 딸을 애도하여 나흘 동안 슬피 우는 것이다.


본문에 나오는 길르앗 지역은 물이 풍부하여 목초지가 형성되어 목축업에 적당한 장소였습니다. 이스라엘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포도와 감람기름과 밀을 혼합하여 지으면서 중요 산물이 되었습니다. 길르앗 지역은 비교적 풍부한 농산물과 목축업이 형성되었기에 주변국들의 잦은 침입과 쟁탈전이 끊이지 않았던 곳입니다.

팔레스타인지역 그중에 길르앗에 정착한 이스라엘 부족은 크고 작은 분쟁과 전쟁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분쟁과 전쟁이 나면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구원자(사사)를 기다렸습니다. 사사는 당대의 용사들로 전쟁에 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부족과 국가들의 침입이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부족들을 통합시키고 해방시키고 보호하였습니다. 그 중 한 명의 사사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입다라는 사람입니다.

11장 1절에서 입다를 아버지 길르앗의 본처의 자식이 아닌 창녀에게서 낳은 아들이라고 소개합니다. 입다는 아버지의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이복형제들의 위협을 피해 돕이라는 땅에 들어가 피신하였습니다. 당대의 용사라고 소문난 입다가 돕에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온 동네 건달패들이 그에게 몰려들었습니다.

그럴 즘 암몬 자손이 이스라엘을 쳐들어왔습니다. 이스라엘 족장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암몬 부족을 막지 못할 것을 알고 입다를 찾아와 도움을 구했습니다. 장로들은 입다가 암몬부족을 막아주면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입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암몬부족과 일전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입다는 자신들에게 몰려든 건달패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을 모아 암몬 족속을 크게 무찔렀습니다. 입다가 암몬 족속을 무찌른 성읍이 무려 스무 곳이 될 정도로 큰 승리였습니다.

입다가 암몬 족속에게 승리하는 데는 보통 인간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결단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입다는 자신의 성공과 승리를 위해 하나님께 맹세를 했습니다. 입다는 “하나님이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주신다면, 내가 암몬 자손을 이기고 무사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먼저 나를 맞으러 나오는 그 사람은 주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내가 번제물로 그를 드리겠습니다.” 라고 서원했습니다.

입다의 이 장면을 읽을 때마다 황산벌 전쟁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기 위해 자신의 부인과 자녀들을 먼저 죽이고 전쟁에 나간 백제말기의 계백장군이 생각나서 묘한 기분을 갖게 합니다. ‘도대체 이 아버지들은 어떠한 생각으로 살았기에 자신들의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는 자식들의 피를 자신의 손에 묻힌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때면 그들의 애국심 내지 애민심이 존경심보다는 두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백성들 앞에서 가족의 한 명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맹세한 입다는 암몬 자손에게 크게 승리했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왔습니다. 전쟁서 승리한 입다를 환영하는 사람들이나 군사들은 그의 맹세를 기억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길르앗의 모든 사람들은 '과연 입다의 집에서 누가 가장 먼저 나오게 될까? 아내일까? 딸일까? 어머니일까?' 추측과 긴장감이 가득했을 겁니다.

입다의 군대와 군중들이 집에 가까이 왔을 때 그를 반겨 가장 먼저 앞장서서 소구를 치고 춤을 추고 맞으러 나온 이는 나오는 그의 무남독녀였습니다.

입다는 자기 딸을 보는 순간 옷을 찢으며 부르짖었습니다. “아이고, 이 자식아, 네가 이 아버지의 가슴을 후벼 파는구나.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것이 하필이면 왜 너란 말이냐!” 자신의 맹세를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한 입다는 외동딸이 자신을 반겨 나오는 모습이 가슴을 후벼 판다고 한탄합니다. 입다는 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암몬 자손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자신의 손으로 딸을 죽여야 하는 입장에 선 입다의 심정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과 후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맹세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나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딸을 향한 입다의 마음은 그렇다 할지라도 그의 마음에 자리한 다른 욕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이 하필이면 왜 너란 말이냐?” 입다는 길르앗에 입성할 때 자신의 맹세를 기억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그는 전쟁터에 임하기 전 아니면 전쟁 중에라도 자신과 가족의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올렸을 것입니다. “나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내 가족 중 한 사람을 제물삼아 바치겠다. 너희들은 암몬으로부터 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너희들의 목숨을 걸고 싸우면 된다.”

이미 승리한 마당에 맹세쯤이야 무시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입다에게는 자신이 뱉은 말을 꼭 이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길르앗 장로들에게 왕이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짐작컨대 입다는 자신이 결정한 일을 번복하면 장로들의 번복도 정당화 될 것이기에 돌이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혹자는 하나님께 맹세한 것이기에 그렇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일은 이스라엘 초창기에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예언자들은 유다 왕 아하스가 바알 신을 만들고 자신의 아들을 불태워 제물로 바친 것을 역겨운 풍속을 본받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입다와 아하스 왕이 하나님이건 바알이건 어떠한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행위는 아무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제물로 삼는 것이 역겨운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하는 입다의 모습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입다는 이복형제들의 힘에 밀려 모든 재산과 권리를 빼앗겼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입다는 모든 걸 되찾을 기회가 왔을 때 무모한 맹세를 하며 도전했고 결국 얻어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혼란한 족장시대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사사 입다가 처한 상황들을 살펴보면 토지와 재산, 출세와 번영을 위해 모이고 추구하며 끝없는 분쟁과 싸움으로 치닫는 인류역사의 한 단면을 확연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영토, 재산 출세와 번영에 대한 부족들의 쟁탈전을 4500년의 세월을 지나온 오늘날의 국제 정세와 비교해 보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게 중학교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에게 5학년 딸이 하나 있는데 공부를 열심히 시킨다고 합니다. 저는 늘 ‘애에게 너무 공부공부 하지 마라 학교공부 잘해서 유명대학에 보내고 대기업에 보낼거냐?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부가 뭔지 고민 좀 하며 살자’고 말하곤 합니다. 하루는 이 친구가 말하길 ‘나는 우리 애에게 중학교부터 공무원 공부시키려고 한다’는 겁니다. 물론 장난 반 진담 반이라는 걸압니다. 하지만 진담반이라는 게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입니다. 제가 아는 친구뿐 아닐 겁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영어공부는 해야 한다며 많은 사교육비를 들이고 있는 한국사회의 교육현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열성적인 교육, 스펙을 쌓으려는 것에는 더 많은 돈과 권력과 명예를 향한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가지거나 갖지 못한 땅과 돈과 명예와 권력을 유지 또는 얻기 위해 입다처럼 맹세를 하매 전쟁터로 나갑니다. '하나님 이번 일만 잘되면 하나님께 헌금하겠습니다. 우리 아들 딸 좋은 대학만 들여보내주면 그를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돈만 많이 벌면 선교비도 내고 교회 건축도 하고 자선사업도 많이 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이번 사업, 이번 시험, 이번 싸움에서 승리하게 해 주소서.'

욕망은 집착을 낳아 탐욕을 생산하고 탐욕은 죄를 낳아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파괴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교육경쟁, 입시경쟁, 승진경쟁, 수출경쟁, 경제성장경쟁 등 수 없는 경쟁 속에 인간의 내면과 생태계는 자신도 감지 못하는 고통에 빠져 있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모습은 부족국가 시대의 영토전쟁 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성공신화는 외동딸을 제물로 바쳤던 입다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입다와 같은 무모하고 잔인한 아버지들의 맹세가 있다면 죽음의 칼날을 밟으며 소구를 치고 춤을 추며 나오는 입다의 딸의 삶과 용기가 있습니다. 입다의 딸은 이름도 제대로 밝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한 길을 갔습니다.

입다가 승리하여 돌아오면 가족 중 그 앞에 가장 먼저 나오는 사람은 제물로 바쳐진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 입다의 승전보는 가족에게 먼저 전해 졌을 것입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이젠 누가 가장 먼저 입다 앞에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을 것입니다. 어느 누가 아버지나 남편, 아들의 손에 의해, 그것도 공개적으로 불에 태워지거나 칼에 죽는 것을 상상할 수나 있겠습니까? 그러나 입다의 가족은 해야 했습니다. 참으로 잔인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라리 온 가족이 다 같이 죽자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어리석고 잔인한 선택 앞에 당당히 나온 가족이 있었습니다. 입다의 딸입니다.

입다의 딸의 선택은 아버지의 성공신화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입다가 왕이 되면 함께 하는 가족에겐 부귀영화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죽음 이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두 달의 시간을 보내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입다는 자신의 맹세와 입지를 위해 목숨을 내 놓은 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입다의 딸은 친구들과 자신들만의 두 달의 시간을 보내고 죽음을 맞았습니다.

저는 입다의 딸의 모습에서 우리 다음 세대의 진보를 봅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대책 없는 욕망을 넘어 순수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딸의 지혜와 용기입니다. 입다의 딸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당당히 요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입다의 딸의 모습은 경쟁과 탐욕이 하늘까지 닿은 자본주의 시대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내면에서 자유와 해방, 정의와 평화를 향해 외치는  것과 같이 느껴집니다.  

에쿠아도르 열대우림에서 침팬지 연구에 제인구달은 인류의 뇌는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발달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인원들과 함께 지내며 인간들과 다르지 않는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진보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 인간은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고 어려움에 빠질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자녀들을 세우시고 자신의 나라를 이루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역사는 결코 과거의 어리석음을 밑바닥까지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이 땅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어리석은 맹세들 위에 세워진 역겨운 일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인간의 존엄성과 순수성을 찾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무너질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용기 내어 생명을 파괴하고 억압하는 오늘날 편만해 있는 죽음의 맹세 앞에 나가야 합니다. 그것도 소구치며 춤추며 말입니다. 이러한 용기는 하나님과 연결된 우리의 생명을 믿음으로 바라볼 때 더 크고 풍성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한 주간도 그렇게 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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