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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승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잠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의 한 부분......
한 번도 스스로 시를 쓴 일이 없고 다만 거부할 수 없게 시가 나에게로 왔다는 경험은 파블로 네루다의 것만은 아니었다. 비록 시를 직접 쓰는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시적 영감과 같은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만 40세에 도달하던 어느 해, 백석의 이 시가 나에게로 왔었고 꽤 오랜 시간 이 구절들이 내 입에 머물렀으며 내 속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 친구들에게 새해 인사로서 이 시를 건넸었다.
처음엔 물었었다. 하늘은 왜 사랑하는 자에게 가난과 고독과 쓸쓸함과 같은 운명을 주는가? 삶은 왜 만인과 만사에 대하여 사랑과 연민으로 살아가는 자를 또한 넘치는 슬픔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가? 그러나 40줄에 들어서던 어느 새해 아침 문득 알아버렸다. 그 운명은 바로 내가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예수의 운명이셨다는 것을.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고후5,17)”이라는 바울의 고백처럼, 무엇이든 그리스도의 운명과 결부된 것들은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십자가를 더 이상 저주의 상징이 아닌 구원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그리스도의 죽음은 죽음을 더 이상 생명의 끝이 아닌 생명의 자기 초월과 부활과 영생의 길이 되게 만들었듯, 가난과 외로움과 쓸쓸함과 슬픔 역시 그것이 그리스도의 운명과 결부되는 한, 그것들은 더 이상 불행의 지표가 아닌 하나님의 귀해하심과 사랑하심을 드러내는 흔적, 곧 성흔(Stigma)이 되리라는 어느 새해 아침의 단상을 2015년 한 해도 하나님의 귀해하심과 넘치는 사랑 속에서 살아갈 성문밖 교우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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