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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엔 요한의 세례와 예수의 세례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우선 요한의 세례는 물 세례입니다. 요한이 주는 물 세례는 이전에 지은 죄를 씻어 주는 회개의 세례입니다. 그러므로 요한의 세례는 죄인의 행위 변화를 촉구하는 의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존재의 변화가 없는 행위의 변화는 미봉책일 뿐입니다. 그것을 요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존재의 변화를 말할 수 없었습니다. 존재의 변화는 말로써 촉구한다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존재의 변화는 오직 그것을 말하는 자, 스스로가 새로운 존재일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요한은 스스로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가 줄 수 있는 세례는 물 세례뿐이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행위의 변화를 촉구하는 회개의 세례 뿐이라고, 그러나 메시아, 곧 그리스도가 오시면, 그분은 물이 아닌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불 세례는 죄인의 죄를 씻어주는 세례가 아니라 죄인을 태우는 세례입니다. 그러므로 불 세례는 죄인의 행위가 아닌 죄인의 존재를 변화 시키는 세례입니다.
예수의 세례는 바로 존재를 변화 시키는 불 세례였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예수가 바로 새로운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예수에게 돌려진 칭호인 메시아(이것의 그리스어 번역은 그리스도)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존재를 가져오는 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에게서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존재의 도래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보여주신 시대를 나의 시대로, 예수께서 보여주신 존재를 나의 존재로 삼고자 하기 때문에 예수를 믿는 겁니다. 예수에게 나의 실존을 거는 겁니다.
예수는 이처럼 자기를 믿는 자들, 자기에게 실존을 거는 자들에게 자기의 영, 곧 성령을 주심으로써 그의 존재를 변화 시킵니다.
믿는 자들의 존재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성령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 하겠습니다. 성령강림주일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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