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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이집트에서 태어나던 때 이집트 왕 바로는 히브리인의 아들이 태어나면 강물에 던지라는 명령이 내려지는데 그것은 이집트의 모든 백성에게 내려진 명령이었습니다. 이집트인들에게 히브리인의 아들을 죽일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나 비상식적인 이런 명령이 과연 실행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나치 정부가 유대인을 600만 명이나 학살할 때, 그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명령이 매우 충실하게 수행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대인 학살의 전범들에 대한 체포와 처벌이 진행되었는데, 그중에 유대인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는 명령을 가장 충실하게 실행했던 아이히만의 재판이 유명합니다.
재판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경악했던 것은 아이히만이 괴물이 아닌 너무나도 평범한, 가정에 충실하고 자기 임무에 성실한 너무나도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기에 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개념이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입니다. 세상을 경악하게 하는 거대한 악은 괴물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관해 아무런 성찰 없이 수행하는 평범한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개념입니다. 아마도 이집트 왕의 비상식적인 명령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수님이 태어날 때도, 메시아가 태어날 곳으로 예언된 베들레헴의 아이들을 죽이라는 헤롯 왕의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 명령 역시 임무에 충실한 그러나 임무에 대한 성찰은 없는 군인들에 의하여 수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집트 왕의 명령, 헤롯 왕의 명령, 그리고 그 명령에 대한 아무런 성찰 없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거대한 악의 틈바구니에서 한 아이가 살아남았고 그 아이는 히브리인을 해방하는 지도자가 되었고 또 한 아이는 새로운 시대를 가져오는 그리스도로 성장하였습니다.
모세와 예수의 출생 이야기를 전한 이들은 모두 평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근원적 악함에 관해, 그리고 그 모든 악에도 불구하고 실행되고 마는 하나님의 뜻, 인간의 역사 속으로 오시고야 마는 하나님 자신에 대해 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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